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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 김훈 문장 엽서(부록)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평점 :
김훈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은 <내 젊은 날의 숲>이다. 작가의 책 중에 처음 읽었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등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들이었지만 정통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졌다. 영웅적이고 애국적인 인물을 기존의 틀인 구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한 인간의 고뇌와 번민을 심도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공무도하>역시 한 기자의 시각에서 새롭게 소설이 전개된다.
아무래도 김훈의 소설은 독서력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들이 아니면 쉽게 읽혀 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의 에세인 중의 <풍경과 상처>도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에세이라기에는 어려운 문체들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면서 읽어야 했다.
<내 젊은 날의 숲>은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눈 세밀하고 날카로운 작가의 관찰과 생각이 문장마다 아름답게 펼쳐졌다. 문장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래서 읽은 지는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김훈 작가를 떠올리면 <내 젊은 날의 숲>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에 읽은 김훈의 산문집은 <허송세월>이다.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라면을 끓이며>등의 에세이에 이어서 2024년 6월에 출간된 책이다.
이제 작가도 노년으로 접어 들었었다. 서문으로 '늙기의 즐거움' 제 1부 <새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동안 작가는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기에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다루어진다. 그리고 어느날 핸드폰으로 전달되는 누군가의 부고....
호수공원에서 보내는 노년의 하루, 이런 이야기들이 작가의 일상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작가는 2부 '글과 밥'에서는 자신의 평생 직업이자 생활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
3부 '푸르른 날들'에서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약용 형제들과 천주교 이야기, 다윈과 피츠로이, 그리고 최인훈, 박경리, 신경림 등의 작가 이야기.
책의 첫 장을 펼치면서 늙음에 대해서, 병에 걸렸다는 것에 대해서 위축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책장을 덮을 때는 그 또한 하나의 과정이고 그 속에서 분명 우리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허송세월'은 단순히 의미없이 살아 가는 그저 그런 삶이 아니라 그 속에는 반드시 내가 살아 가야하는 의미,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