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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이해인 수녀의 첫 번째 시집인 <민들레의 영토>가 출간된 지 벌써 50여 년이 지났다. 삶이 힘들고 지친 때에 시집 속의 싯구들은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을 와닿았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의 시집이 나올 때 마다 기쁜 마음으로 시집을 넘기곤 했다. 그리고 수녀님의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좋은 시로 우리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시인은 말한다. 시는 언제나 하느님을 향한 시인의 기도이며, 세상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편지라고...
그래서 시를 읽는 독자들은 잔잔한 위로를 받는 것이리라.
<눈꽃 아가>는 이해인 수녀가 등단 이후에 2005년까지 펴낸 7권의 시집 가운데 60편의 시를 골라서 구성한 시집이다. 이번 개정판은 시인이 된 후 50여 년, 수녀가 된 이후에 61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시집이다.
<눈꽃 아가>는 자연과 고독, 사랑과 기도, 그 모든 것 속에 숨은 은총을 담은 시집이다.
시의 주제는 자연, 사랑, 고독, 기도이며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싣은 것이 특징이다. 언어의 벽을 넘어 더 많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족들에게 노래를 부르듯 시를 암송했고, 동요도 지었다. 중학교 때는 문예반 활동을 했고, 여고시절에는 백일장 입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의 면모를 보여 줬다.
** 진달래 **
해마다 부활하는 /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 너는 보았니 //
봄마다 앓아 눕는 /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
한 점 흰 구름 스쳐 가는 나의 창가에 / 왜 사랑의 빛은 선연한가 //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 오늘도 다시 피는 /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 장미를 생각하며 **
우울한 날은 /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 내내 앓고 있을 때 / 나의 눈을 환히 밝혀 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 길이 열리네 //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 나의 삶이 //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 불을 붙이네 //

** 기도 **살아 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창을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타성에 젖어 무디고 둔하고 메마른 삶을
적셔줄 수 있는 예리한 감성을
항상 기도로 갈고 닦게 해주십시오.
시의 주제 중에 자연에 관한 시들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보다는 자연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기도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시를 읽으면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잔잔하면서도 때론 강인한 마음과 수도하는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