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쓴 후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쓸 수 있는 단편소설을 쓴다. <반딧불이>는 <양을 쫓는 모험> (1982)과 <세계의 끝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 (1985)사이에 쓴 소설이다.
<반딧불이>에는 '반딧불이', '헛간을 태우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춤추는 난쟁이',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비오는 날의 여자'가 담겨 있다.

'반딧불이'는 4년 후에 <상실의 시대> (원제 : 노르웨이의 숲)으로 재탄생한다. '춤추는 난쟁이'는 잔혹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세가지의 독일 환상>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첫 번째 독일 여행 후, 일본에 돌아와서 독일에서 영감을 받은 환상을 중심으로 쓴 소품 3가지이다. ' 겨울 박물관으로서의 포르노그래피', ' 헤르만 괴링 요새 1983', '헤어 W의 공중전화'이다. '비오는 날의 여자'는 비오는 오후에 관한 무채색 스케치 같은 글을 써보고 싶어서 쓴 단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내가 <반딧불이>를 읽으려고 한 이유는 '헛간을 태우다'라는 작품에 관심이 있어서 이다.
'헛간을 태우다'는 포크너의 단편 제목과 같으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포크너의 단편제목이나 작품이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이를 알았다면 이 제목을 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헛간을 태우다'는 주인공의 여자 친구와 그의 지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어느날 여자 친구의 지인은 자신은 헛간을 때때로 태우고 다닌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 말을 듣고 동네에 있는 헛간들을 조사해서 헛간 지도를 만든다. 그리고 헛간이 불태워지지 않게 마라톤을 하듯이 동네를 뛰어 다니면서 상황을 살펴 보던 중에 여자 친구의 지인을 만나게 된다.
그는 이미 헛간을 태웠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 보아도 헛간을 태운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여자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그녀의 아파트에 가 보는데, 친구가 없다. 그래서 '연락 바람'이란 쪽지를 붙이고 오는데 그래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래서 또다시 그녀의 아파트에 찾아 가는데, 다른 사람의 문패가 달려 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인도 없어졌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작가는 '작가의 말 : 내 작품을 말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 나는 때때로 이렇게 엄청나게 섬뜩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꽤 손을 보았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 (P. 215)
이 작품을 각색한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의 특색인 익숙한 일상과 환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삶의 미스터리와 그 이면의 어둠이 서늘하게 나타나는 것이 초창기의 작품인 <반딧불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