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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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110여 년 전인 1913년의 정치를 비롯하여 주로 문화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1913년 세기의 여름>이다. 제목에 여름이란 계절이 들어가서 1913년 여름에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의 내용은 1913년 1월부터 12월까지를 월별로 나누어서 기록하고 있다. 


1913년은 제국주의 시대였고 민족주의가 확산되었으며 발칸에서는 영토 분쟁이 일어 나고 있었다. 또한 문화적으로는 모더니즘이 음악, 미술, 문학을 비롯한 분야에서 널리 퍼져 나가던 때이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1913년 유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역사성 보다는 인물 위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3년 간에 걸쳐서 약 300여 명의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다. 그들의 전기, 자서전, 편지, 사진, 그림, 문학작품, 미술작품, 신문, 잡지를 자료로 삼았다. 



1912년에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2년 전에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1913년 12월에 <모나리자>를 찾게 된다. <모나리자>의 분실이 단순히 거액을 벌기 위한 도난이 아니었다는 것,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의 주요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 도난당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은 내가 가지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이탈리아인이었으니 이 그림의 주인은 이탈리아다. 이 걸작을 본래 영감을 불어넣어준 나라로 돌려 주는 것이 나의 꿈이다. " (p. 336)


1913년에 오스트리아 빈에는 스탈린도 있었고, 히틀러도 있었다. 물론 그들의 위상은 아직까지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고, 그들의 만남을 위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이유에서 빈에 있었다니.


"그러니까 1913년 초에 스탈린, 히틀러, 티토가, 다시 말해서 20세기의 가장 지독한 폭군 두 사람과 가장 역겨운 독재자 한 사람이 잠시동안 빈에 같이 있었던 셈이다. 한 사람은 손님방에서 민족문제를 연구하고, 또 한 사람은 남성쉼터에서 수채화를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자동차의 커브길 승차감을 검사하기 위해 링슈트라세를 무의미하게 돌고 있었다. 거대한 연극 '1913빈'에서 이 세 사람은 대사도 없는 세 명의 엑스트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p.47~48)


프로이트와 융에 관한 이야기, 크림트와 에곤실레, 그리고 카프카, 릴케, 토마스 만, 뒤샹, 말레비치, 코코샤넬 등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1913년에 발표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인 의자 위의 자전거 바퀴는 1917년 미술계를 발칵 되집어 놓은 변기에 자신의 싸인을 해서 출품했던 작품인 <샘>의 예고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마르셀 뒤샹은 여전히 예술에 흥미는 없지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다. 그는 이렇게 자문한다. ' 예술작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가을에, 새로 이사한 파리 생이폴리트 가의 집에서 갑자기, 평범한 부엌 의자 위에 끼워 넣은 자건거 앞바퀴가 등장한다. " (p. 330)


코코슈카와 알마(구스타프 말러의 부인)의 이야기, 그리고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출처 : 인터넷 검색: 바람의 신부> 


이렇게 <1913년 세기의 여름>은 그 해에 일어난 정치, 문화,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과학 등 모든 영역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등장인물이 300여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워낙 유명인들이기에 이 책 저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도 있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가 1913년 1월에서 12월에 걸쳐서 일어난 일들만을 간추려서 씌여졌다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아쉬운 점은 책 속에 나오는 미술작품의 경우는 설명만 있고 작품의 사진이 없어서 하나 하나 찾아 보고 책을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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