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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너무도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책이라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이 책은 일본 작가인 '마쓰시에 마사시'가 2012년에 쓴 데뷔작이다. 건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나에게 건축가들의 일상과 다양한 건축 상식들을 알게 해 준 책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에서 나타나는 반전이나 절정 이런 요소 보다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마치 내가 가끔씩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를 보낸 옛 집을 찾곤 하는 것 같은 감정, 오래 전에 갔던 여행지들을 차근차근 다시 찾아 가서 느끼는 그런 감정이 이 책을 읽으면서 포근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82년 여름부터 약 1년 간의 이야기 그리고 세월이 흘러 29년 후에 다시 찾게 되는 곳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사카니시 도오루'는 막 건축학과를 졸업한 청년이다. 졸업 후에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평소 존경하던 70대 중반의 건축가인 '무라이 슌스케'의 건축 설계 사무소에 취직을 한다.
'무라이 슌스케'는 한동안 새로운 직원을 뽑지 않았으나 '사카니시 도오루'가 가지고 온 자기 소개서와 졸업 작품을 보고 그를 채용한다.
무라이 설계 사무소는 도쿄에 '무라이 설계 사무소'가 있는데 여름이면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직원들이 합숙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
'슌스케'는 동양의 전통적 양식을 배경으로 하는 동시에 모더니즘 색채을 띤 참신한 작품을 만드는 일본의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사카니시'는 그런 '슌스케'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존경한다.
여름별장에서는 국립현대도서관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을 설계하기 위해서 각자 맡은 일들을 하게 된다. '사카니시'는 도서관의 가구와 카운터 플랜을 담당하게 된다.
공모 작품이 완성될 즈음에 '슌스케'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고 국립현대도서관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은 낙선을 하게 된다.
여름별장에서 작품을 만드면서 스승과의 이야기, 동료들과의 이야기, 마리코와의 좋은 감정, 유키코와의 이야기 등이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잔잔하게 그려진다.
아마도 우리의 인생이 큰 굴곡없이 잔 물결이 일듯이....
그리고 29년이 지난 후, '사카니시'는 아내인 '유키코'와 여름별장을 찾게 된다. '슌스케'의 조카였던 마리코가 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자신의 아버지가 그리고 마리코에게 별장이 인수되게 되는데, 그 별장을 다시 '사카니시'에게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름별장 앞에서 지나간 29년 간의 세월을 떠올리는 '사카니시'
건축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나는 건축과 우리의 삶을 연결지어서 생각하게 된다. 크던 작던 모든 건축물에는 건축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담겨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또한 건축가란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전경 및 내부>
주인공이 평소에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의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숲의 묘지 등에 대한 묘사가 나와서 책을 읽던 중에 이런 건축물을 찾아 보게 된다. 특히 숲의 묘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숲의 묘지 >
특히 책을 읽는 묘미는 작가의 세밀한 묘사가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곤충, 조류, 식물,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청춘의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야기가 먼훗날 잔잔한 이야기가 되어 돌아오는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