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범신은 1973년에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을 했다.
1993년 신문 연재소설 <외등>을 연재하던 중에 갑자기 절필을 한다. '내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는 말을 남기면서....
그러나 작가는 3년 후에 <흰소가 끄는 수레>로 문단 복귀를 한다.
동시대의 작가로 한수산은 1972년 <4월의 끝>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1973년 <해빙기의 아침>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을 한다. 한수산 역시 군부정권시절에 (1981년) 에 이유로 모르고 기관원에게 연행되어 갖은 고문을 받게 된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절필을 하게 되고 일본에 갔다가 헌책방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보게 되고 그를 토대로 28년의 노력끝에 <군함도>라는 책을 쓰게 된다.
박범신의 절필, 한수산의 절필은 그 원인은 다르지만 그 시대를 살아 온 작가들에게는 시대와의 불화가 있었다. 당시의 작가들의 소설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박범신은 등단 이후 약 20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활동을 했으며, 절필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 출간하는 소설들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갈망의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촐라체>, <고산자>, <은교> 그리고 <나마스테>, <비즈니스>, <소금>은 독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소금>은 1951년생, 베이비부머인 우리의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힘겹게 살아 온 사람들, 그러나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는 노년들. 자신 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살아 온 인생이지만 이제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서글프게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p.150∼151)라는 글처럼, 이 책은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얻고 잃으며 부랑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과연 나의 아버지는 가출하고 싶은 아버지인가? 가족들이 가출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인가?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자식들을 위해 ‘빨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삶을 통해, 늙어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과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 소금>의 줄거리 중에서
" 일종의 그림자, 유령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 " <소금> 중에서 p36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썼던 박범신은 등단 50년, 작가생활 50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2권의 산문집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