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 김병종 그림 산문집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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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던 책에 <화첩기행>이 있다. 1권은 1999년에 출간됐는데, 부제가 '남도 산청에 울려 퍼지는 예의 노래'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남도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예술작품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당시만 해도 이런 류의 책이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화첩기행>은 시리즈로 나오면서 2014년에는 <화첩기행 4 : 황홀과 색채의 덩어리, 라틴아메리카>, <화첩기행 5: 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진 찬란한 별빛>이 출간됐다. 

      


<화첩기행> 시리즈는 ' 예술 기행 산문의 백미'라는 평을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는 여행 산문이자 예술 산문으로 오래 오래 기억되는 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화첩기행>의 작가 '김병종'이 그림 산문집인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를 펴냈다. 김병종은 이제는 손주들의 이야기도 들려 줄 수 있는 지긋한 나이가 됐다. 긴급조치, 최루탄, 언론탄압, 삼청교육대를 아는 세대이다. 그 시대에 서울대 미술대학을 다니고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만의 화풍으로 국내외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저명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뿐만 아니라 문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필력도 대단하다.


 

그래서 김병종의 책은 작가의 그림과 함께 작가의 폭넓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책제목이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인데,  '칠집 김씨'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신림동에 노동자들이 많이 가는 밥집이 있었다. 밥집에 있는 장부에 '미장 이씨', '목수 오씨' 이런 식으로 기재를 했는데, 그는 화가이니 '칠집 김씨'라고 썼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문학과 미술로 지은 집 한 채를 꿈꾸는' (책 속의 표현) 작가는 책 속에 추억 속의 사람 이야기와  최근의 이야기 등을 들려 준다. 


 

어릴 적에 살던 고향 이야기,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학창시절 배꽃이 피는 과수원의 추억과 사람이야기, 남규 삼촌 이야기, 연자 누나 이야기, 인도의 하산, 쿠바의 알도, 네팔의 나트구릉, 히말라야 소년 이야기....


 

그 중에서 언젠가 프랑스에서 독일로 가는 비행기 옆 좌석에 탄 5살 슈발레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보호자 없이 독일로 입양을 가는 5살 꼬마, 오래 전의 이야기이니 꼬마도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테지만 그의 삶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김병종'은 어릴적에 <지리부도>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책 속에는 화가와 작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C.S루이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등....


 

그의 그림 연작 시리즈이기도 하고 책제목이기도 한 <바보 예수>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도 들려준다. 



연륜이 쌓여서 더욱 풍요로워진 노년이 화가가 들려주는 삶의 한 자락 이야기 그리고 격조 높은 예술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를 메우는 김병종 화풍의 그림은 이 책을 더 빛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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