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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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2015년 발표한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발표한 단편 <작별>에 이어서 눈(雪)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2014년 6월 이 책의 첫 두 페

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칠 년이라고 해야 할지 삼 년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한강의 작품 중에 '맨부커상'을 받은 <소년이 온다>는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창비문학 블로그 '창문'에 연재됐고, 2014년 5월에 책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말 중에 나오는 2014년 6월은 <소년이 온다>가 책으로 출간된 즈음을 말한다. 또한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소설 속의 소설로 이 작품이 나온다. 물론 작품명을 밝히지는 않으나 내용을 보면 <소년이 온다>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 운동의 당시 열흘간의 이야기인데, 이 소설이 더욱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중학생 동호가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도 처참하지만 그 이후에 5.18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움을 다루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작별하지 않는다> 내용 속의 소설로 등장한다. (물론, 소설명을 밝히지는 않지만 한강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내용은  소설가 경하가 자신이 쓴 소설에  몰입한 채 죽음을 예감하고 유서를 썼다 고쳤다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이유는 유서의 수신인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제주에서 목공방을 운영하는 인선이 목공일을 하던 중에 손가락이 절단된 경하가 연락을 한다. 자신이 급하게 치료를 받기 위해 상경을 했는데, 제주에는 자신이 키우는 새가 굶고 있으니 당장 제주로 내려가 달라고.....

 

폭설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인하의 목공방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인선이 작업을 하던 작품을 보게 된다. 경하가 소설을 쓴 후에 이상한 꿈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 꿈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경하가 찾아간 인선이 살던 곳은 제주의 P읍.

오래전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소설 속에서 이 역시 제주 4.3사건임을 밝히지는 않지만 내용을 읽다 보면 제주 4.3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제주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의 당시 상황과 유족들이 그 아픔을 가슴에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된다. 혹시나 시체를 찾기 못한 유족들은 한가닥 희망을 안고 그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면 한달음에 달려가서 확인을 하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광주 그리고 제주에서 일어난 '도시 학살' 그리고 화자가 소설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선 엄마가 13살에 겪었던 고통의 기억은 광주에서의 또다른 학살을 생각하게 한다.

<소년이 온다>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이 사건들과 관련된 글들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소설 속에 녹아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사건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뻔한 사건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 그리고 꾸준히 글을 통해서 사실을 밝히고자 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에 진상이 드러났다고 할 수도 있다.

 

"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 (책 속의 글 중에서)

 

"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 (책 뒷펴지 글 중에서 )

 

한강의 소설은 문체도 유려하고 내용은 깊이가 있다. 그래서 한 번 그리고 두 번 읽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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