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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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은 빠짐없이 읽었지만 소설 보다는 에세이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가장 처음 읽었던 김영하의 책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랜덤코리아 , 2009>였다.

이번에 출간된 <작별인사>는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신작 장편!' 이란 책띠가 말해 주듯이, 한동안 김영하는 소설 보다는 에세이를 썼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기대감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내내 혼돈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야기의 내용이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 듯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할까, 그래서 어린이들을 위한 공상과학 소설에서 읽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래도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김영하 작가가 표절을 했을리는 없고....

궁금증은 책 뒷부분의 '작가의 말'을 먼저 읽으면서 풀어졌다.

2년 전쯤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발표되었던 <작별인사>를 2년간에 걸쳐서 개작을 한 소설이다.

작가는 2019년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롯폼의 청탁을 받고 집필을 했고, 2020년 2월 '밀리의 서재' 독자들을 대상으로 발표되었다. 당시 180페이지 분량의 소설이  이번에는 약 300페이지의 소설이 됐다.

'밀리의 서재'에는 '밀리 오리지널'이라는 소설 시리즈가 있는데, 여기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에 종이책으로 발간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 출간되기 2~3 개월 일찍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작별인사>는 2년간의 개작이 있었으니 이제야 출간된 것이다.
 
★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세 번째 책, <작별 인사> ★

   

 

위의 사진은 2020년 '밀리의 서재'에서 출간한 책이다. <작별인사>와 <김영하의 서재>가 함께 배송됐는데, <김영하의 서재>에는 김영하의 작품 속의 문장들이 왼쪽 페이지에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는 빈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어서 필사를 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2019년에 출간된 <여행의 이유>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 우리는 뭔가를 하거나,

괴로운 일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여행자는 그렇지 않다.

떠나면 그만이다.

잠깐 괴로울 뿐, 영원히 계속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

이렇게 김영하 작가의 7년만의 장편소설인 <작별인사>와 9년만의 장편소설인 <작별인사>는 전면적인 개작으로 소설의 주제나 소설의 톤이 크게 달라졌다.

그렇지만 소설의 앞부분은 거의 같고 중간부분부터 결말까지가 많이 달라졌다. 이 소설은 SF공상소설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생각날 정도로 공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읽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상상했던 자율주행차, 드론, 우주여행, 인공지능 로봇 등이 결국에는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그런 문명의 발달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소설을 읽으면서 하게 된다.

소설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통일 후의 한국이다. 평양의 휴먼 매터스 랩의 수석 연구원인 최진수 박사는 철이와 로봇 고양이 데카르트와 유기묘인 칸트, 갈릴레오와 함게 산다. 철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가정에서 홈스쿨링을 한다.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철이에게 아버지인 최박사는

" 학교는 20세기의 산물이며 21세기 초반에 그 유일성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p. 21)

캠퍼스 (연구소) 밖은 위험하다고 하여 바깥 세상에 나가지 못하던 철이는 최박사와 함께 고양이 사료를 사러 펫 샵에 갔다가 2명의 남자에게 잡혀서 수용소에 가게 된다.

수용소에는  인간이 아닌 무등록 휴머노이드가 붙잡혀 와 있다.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우기지만 그는 인간을 닮은 기계인 휴머노이드이다.

철이는 자신이 휴머 노이드임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혼란스럽다. 수용소에서 만난 선이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유전자 복제로 태어났다.  또한 민이는 휴머 노이드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휴머노이드를 선호하게 된다. 싫증이 나면 버리고 부품이 망가지면 페기처분하는 존재의 휴머노이드를 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인간과 똑같은 휴머노이드가 양산되고,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폭주는 결국에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휴머노이드를 관리하게 되고 무등록 휴머노이드는 수용소에 감금되고, 종국에는 폐기 처리하게 된다.

철이는 최박사에 의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이다. 풍부한 감정과 공감능력으로 내면이 구성되었다. 윤리를 섬세하게 세팅했으며 인간의 마음을 가진 존재로 타인과도 교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철이는 지금까지 최박사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건만...

지금까지 철이가 믿고 있었던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철이는 자신이 휴머노이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다.

수용소에서 만난 선이는  불법적으로 배아를 복제하여 만들어진 클론이다. 이들은 클론의 몸이 필요한 인간들을 위해서 장기를 적출하거나 골수 이식 등을 위혀서 태어났다.

철이, 선이 그리고 휴머노이드인 민아의 수용서에서의 생활, 탈출, 위기 등의 모험이 <작별 인사>의 중심 이야기가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외롭지만 어떻게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이다.

<작별인사>는 김영하 작가의 지적 상상력이 소설에 녹아 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충분히 스릴이 있고, 휴머노이드를 쫒고 부수고 죽이는 장면들이 생동감있게 그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철이는 무엇과 작별을 고했을까?  아니면 소설 전체의 이야기들은 어떤 작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이 소설을 "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이분법을 허무는 김영하의 신비로운 지적 모험" (책 뒷표지 글 중에서) 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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