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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원 -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루시아 임펠루소 지음, 조동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평점 :
<예술의 정원>은 2005년 이탈리아에서 발간된 <식물원과 미로정원>의 영문판 <Gardens in Art> ( j. 폴게티 미술관, 2007년)을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의 옮긴이인 '조동범'은 201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별관인 클로이스터 뮤지엄 북스토어에서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다. 막연하게 '출판이 가능하겠지'하는 생각에 번역을 마쳤고, 출판사를 알아 보는 과정에서 몇 년이 지나서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을 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출판사의 의뢰로 번역을 하고 출간이 되는 과정이 아닌 번역자의 의지에 따라 번역이 먼저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단 번역자는 이 책의 주제인 정원을 보다 큰 개념인 경관을 이해한 후에 책을 읽으라고 한다. 그 이유는 경관이란 '인간의 관점에서 변형된 자연'으로 '경관은 인간의 창작물이자, 자연 - 인간의 관계 (자연관)가 반영되어 문명과 문화로 축적되고 형성되었다' 고 한다.

또한, '정원은 인간 생활과 깊이 관련된 중요한 경관 행위이며 인간 정신과 조형의 관계를 다시 볼 수 있는 창이 된다' 고 말한다.

'옮긴이의 말'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 이런 관점에서 책을 읽지는 않았다. 우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서, 역사서를 읽으면서 서양미술 속에서 정원의 모습을 많이 접했기에 이런 정원을 역사적으로 접하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

<예술의 정원>은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그림 속의 정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정원은 인간 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역사적으로 정원의 모습을 살펴본다는 것은 그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정원은 시간이 흐르면 변형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정원을 온전히 다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미술작품이다.
물론, 사진의 발달 이후에는 사진이 그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고대의 정원에서 부터 현대까지의 시대별 정원의 모습을 다루기에 미술작품 속에서 그 모습을 찾고 있다.

미술 작품 속의 정원은 소중한 자료이자 그 시대의 경관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미술 작품을 통해서 정원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지, 심지어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유추해 본다.
이 책의 저자인 '루시아 임펠루소'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도상학 전문가이다. 정원은 '살아있는 건축'이라고 한다. 그는 회화와 예술작품으로 표현된 정원을 주제로 그림에 담겨 있는 다층적인 해석을 끌어낸다
책의 내용은 크게 2파트로 나뉘어 진다.

첫 번째 파트는 고대~19세기까지 시대적 으로 구분하여 미술 작품 속의 정원을 소개한다.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여러 모습의 정원을 통해 주요한 정원의 유형을 찾아본다.
두 번째 파트는 그 역사 속에서 되풀이 되는 다양한 상징의 층위를 살펴본다.

고대 정원은 폼페이의 벽화 일부분 등 벽화 파편, 프레스코화, 페르시아 정원이 그려진 양탄자 등으로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정원예술을 건축의 한 분야로 생각했다. 건물과 정원을 병행 배치하거나 건물 속에 통합시키거나 동등하게 정원과 건물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정원은 메디치가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나타난다.
17세기 유럽의 상징인 정원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정원, 오스트리아의 쇤브른궁의 정원이 있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인간 지배의 표상이자 왕가의 화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대중적인 정원으로는 뉴욕 센트럴 파크를 들 수 있다. 맨해튼을 중심으로 미국 최초의 대형 대중 공원인데 1856년에 디자인되었다.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유럽의 궁이나 공원의 나무들의 모습이 우리의 나무 모습과는 다른 경우를 보게 된다. 우리는 나무를 가지치기를 하는 정도로 다듬는데, 유헙의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기하학적으로 수직으로, 네모 반듯하게, 세모로 다듬어 놓은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정원을 이루는 요소 중의 토피어리기술이다. 수목을 예술적으로 다듬든 기술을 말한다. 이 밖에도 정원을 이루는 요소는 벽, 식물 울타리, 토피어리, 트렐리스, 건축, 동굴, 조각물, 산책로, 앉는 시설, 미로, 비밀의 정원, 꽃, 물, 정원 무대, 장식 화단, 온실, 나무, 화분, 폐허, 인공정원 등이 있다.
모네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은 지베르니 정원이다. 이곳에서 모네는 그림을 그렸는데, 화가가 심취한 주제는 바로 수련이다.

이 책에는 너무도 많은 정원이 그려진 작품들이 주제에 맞게 소개되고 설명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슬람 문화권의 정원에 관한 내용은 있으나 동양의 정원은 소개되지 않는다.
동양의 정원으로는 딱 한 곳, 중국의 원림이 명상의 정원으로 소개된다. 지고한 선(禪)의 정원, 묵상과 명상을 위한 고요한 장소이다.

<예술의 정원>은 정원이 있는 미술작품은 모두 소개될 정도로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조경, 건축, 미술 분야에서 정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자료가 담겨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