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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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지나치는 카페가 있다. 평범한 주택가에 들어온 이곳에서는 음료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팔고 있다. 아마도 외국에서 배워 온 셰프가 경영하는 카페 겸 레스트랑이다.

 

지나가면서 보면 이곳에 온 손님들은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이곳에 온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어떤 혜택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어떤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식당들의 손님들은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기 바쁘다.

요즘 음식은 맛있게 먹는 것 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음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포를 소개하는 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중년층 이상에서는 학창시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찾아갔던 음식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으니 노포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노포(老鋪)란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오래된 가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몇 십년 전통을 가진 가게로 50년, 70년, 100년의 전통을 가진 몇 대에 걸쳐서 운영되는 가게들이다. 그렇기에 이런 식당들은 골목길의 허름한 외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간판이 없어도 단골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 온다. 그 날 준비한 식재료가 떨어지면 물을 닫는다. 그래서 문 앞에는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을 조기 마감한다는 안내문이 붙기 마련이다.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긴 줄을 서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다.

음식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다. 간혹 몇 십년 전의 가격을 그대로 받기도 한다.

 

 

이런 인기를 가진 노포들의 주변에는 '원조'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경우가 있다.  간판에는 '원조', '진짜 원조', '삼대', '70년 전통'이런 문구가 들어가기도 한다.

<간판 없는 맛집>은 이런 노포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총 115곳의 노포 맛집 정보를 소개한다.

 

1. 마음까지 채워주는 소울 푸드 - 국밥

순댓국, 해장국, 곰탕, 설렁탕, 육개장

 

2. 가슴 시린 짜릿한 고향의 맛 - 면요리

평양냉면, 함흥냉면, 막국수, 칼국수, 콩국수

 

 

3. 골목을 지켜주는 오랜 터줏대감

보쌈, 닭 한 마리, 돼지갈비, 족발, 생선구이

 

4. 한국인의 마음의 양깃 - 찌개

김치찌개, 청국장, 부대찌개, 감자탕, 생태찌개

 

5. 육즙 터지는 고소한 풍미 - 육 (肉)

한우등심, 돼지구이, 닭갈비, 차돌박이, 냉동삼겹살, 곱창, 양갈비

 

 

노포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할까 하는 마음에서 나온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 속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모두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국밥은 종류도 많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국밥 이름이 달라진다. 같은 이름의 국밥이라고 해도 어떤 재료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맛을 각각 다른다.

 

설렁탕의 경우에도 어떤 고기 부위를 넣느냐에 따라서, 탕에 밥을 넣어서 나오느냐, 탕과 밥이 따로 나오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다른다.

 

서울 효창동에 있는 한성옥 해장국은 1941년에 개업을 했다. 영업시간은 매일 3시~ 15시까지로 다른 식당 보다는 조기 마감을 한다. 새벽 장사를 하는 이유는 택시기사들을 위해서.

흔히 택시기사들이 먹는 식당이 맛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식당은 맛이 있을 것 같다.

 

서울 견지동의 '이문 설농탕'은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성남 야탑동의 '감미옥'은 설렁탕집인데, 24시간 영업을 한다. 특이한 것은 돌솥밥에 설렁탕을 넣어서 나노는 돌솥 설렁탕이다.

 

 

면 음식도 다양하다. 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 막국수, 칼국수, 콩국수 등

 

 

평양냉면의 노포로는 서울 염리동의 '을밀대 평양냉면', 냉면에 녹두전을 겉들이면 금상첨화,

칼국수 집 중에 서울 명동의 '명동교자 본점'은 대학시절에 가끔 가던 노포이다. 이 식당은 장수장에서 명동칼국수, 그리고 명동교자로 이름을 바꿨다.

 

명동칼국수라는 식당이 하도 많으니 명동교자라고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내가 다닐 때는 명동 칼국수였다. 그리고 명동 교자가 된 후에 명동에 갔다가 추억을 더듬어서 찾아 갔던 그 식당이다. 이 식당의 칼국수는 면은 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에 육수는 닭 육수를 쓰는데,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하면 겉절이가 맛있어야 되는데, 명동교자의 겉절이는 매운 겉절이가 칼국수와 어울린다.

 

 

장충동의 족발 골목 1세대는 평안도 족발집이다. 이곳에도 식당마다 '원조'라고 붙여 놨다. 과연 어느 집이 원조일까?

백화점 식당가에 가면 단연 생선구이집이 인기가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생선구이를 하면 옆 집에 냄새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워서 인지 집 밖에 나와서 생선구이를 즐긴다.

 

속초, 부산 등의 바닷가는 생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생선구이 집이 많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으나 속초에서 먹었던 생선구이가 단연 인생 최고의 생선구이였다. 여러 종류의 생선을 은근한 불에 구워 내는데, 불향이 스며든 촉촉한 생선살이 맛있었다. 아마도 그 식당의 이름이 팔팔구이집, 구이구이집이었던 것 같은데..  속초에 가면 그 식당을 찾아갔었는데... 이처럼 노포란 추억이 깃든 오래된 식당으로 그곳에 가면 찾게 되는 곳이다.

 

 

보글보글 끓으면 온 식당에 퍼지는 진한 청국장 냄새, 청국장 역시 가정에서 보다는 노포에 가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의정부의 부대찌개, 겨울이면 생각나는 황태북엇국, 생태 찌개.

 

선홍빛 살점 위에 하얀 마블링이 어우러진 꽃등심 그리고 각종 부위의 소고기, 내장류, 한국인의 최애 음식 삼겹살,  춘천의 닭갈비....

 

 

<간판 없는 맛집>에는 노포의 밥집, 그 밥집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몇 대에 걸쳐서, 몇 십 년 동안 경영하는 노포들.

비록 찾기 힘든 골목길에 있어도, 허름한 외관이라도, 그 집의 맛을 기억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노포는 그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노포들의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가는 노포가 있다면 한 번 찾아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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