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모험 - 헤르만 헤세 산문선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 홍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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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필도 좋아하지만 그가 생전에 3,0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헤세의 그림에 관심이 갔다.

 

 

" 작가가 일생 동안 보고 느끼고 관찰하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서술한 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흘러버릴 무상한 일들이지만, 헤세는 자그마한 체험에서도 우리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에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회상의 관조들을 남겨 놓은 것이다. " (서문 중에서)

 

몇 년전, 우연히 들린 곳에서 헤세의 그림을 전시하는 것을 보고는 화가로서의 헤세를 높이 평가한다.

 

 

<최초의 모험>은 헤세의 산문 25편과 함께 그림이 소개된다. 이 책은 헤세의 일생에 걸친 글과 그림들 중에서 엄선한 작품들인데, 유년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담아 놓았다. 그래서 첫 번째 산문과 마지막 산문은 약 60여 년의 차이를 보인다.

 

 

" (...) 그후 나는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 우리 작은 도시도 커졌지만, 별로 아름다워지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매 골목에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옛날 비렁뱅이는 여전히 찾아 온다. 지하실 창문을 들여다 보고, 축축한 현관으로 들어가고, 여자들과 농지거리를 하고, 머리털이 짚처럼 노란 어린아이들은 모두 그 이름을 알고 있다. 그당시보다 약간 늙어 보이긴 해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훗날 내 자식들도 매 골목 모퉁이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옛날 그 별명을 불러댈 것이라 생각하니, 이상야릇한 기분이 든다. " (p.p 20, 유년 시절의 어느 인간)

 

 

이 책을 읽다보면 헤세의 산문들이 그의 연륜과 사색의 깊이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헤세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았기에 그가 그린 그림들은 자연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았던 곳의 풍경이 담겨 있다.

25편의 산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헤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다. 비슷한 주제인 늙음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어느 주정뱅이의 하루>와 <노년기>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 이 백발노인의 정원에는 옛날에는 도무지 가꾸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거기엔 고귀한 잡초와도 같은 인내의 꽃이 피어 있다. 우리는 보다 침착해지고 보다 관대해진다. 간섭하고 행동하려는 우리의 욕구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관조하고 거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삶의 다양성에 계속해서 놀라면서, 때로는 관심과 고요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미소와 밝은 기쁨과 유머를 보이면서, 그런 것들이 그냥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더 커진다. "  ( p.p. 232~233,  노년기 중에서)

 

 

<어느 주정뱅이의 하루>는 헤세의 유년시절에 그가 살고 있던 골목에 살던 비렁뱅이의 모습에 대한 생각과 30년이 지난 후에 쓴 작품인 <노년기>에 나타난 늙음에 대한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려가다 보면 헤세의 삶,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살펴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1928년에 그린 수채화 '목련꽃;은 '회화가 주는 기쁨과 고민'이라는 수필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한 글에는 '목련꽃'을 그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 도화지를 조각 조각 찣어 천천히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책 속의 글 중에서)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헤세의 작품 중에 낯익은 작품이고 내가 좋아하는 헤세의 수채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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