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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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은 일찌기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을 하였고, 문학박사, 논설위원, 교수, 장관 등을 지냈다.

원래는 무신론자였으나 70이 넘은 나이에 신앙인이 되었다, 그의 저서인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2022년 2월 26일에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시집인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생의 마지막에 그동안 썼던 시를 모아서 엮은 책이다. 그래서 이어령의 유고시집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시집의 서문은 이어령이 직접 불러줘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문부터 마음에 잔잔하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딸이 먼저 간 길을 가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헌팅턴비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도시인데, 이어령의 딸인 이민아 목사가 살던 곳이다. 이민아 목사는 미국에서 변호사, 검사를 지냈는데, 굴곡이 많은 일생을 살았다. 그녀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건 2012년 3월 15일인데, 그의 아버지인 이어령은 딸의 10주기를 앞두고 영면을 한다.

 

 

이어령에게 딸 이민아는 마음 속에 오래도록 간직해 온 아픔이었기에 책 속에는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가슴 아픔이 담겨 있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신앙시, 어머니에 대한 시, 딸에 대한 시 등이 4부로 나뉘어져 실려 있다.

 

1부 : 까마귀의 노래 - 신에게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

2부 :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 -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

3부 :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 -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

4부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딸을 잃고 난 후 고통과 그리움의 시작

부록 :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에 헌정하는 시 - 신경균의 작품인 청자 원앙 연적, 청자 철화 초화문 연적, 청자 퇴화 능화문 매병 등의 작품에 대한 시

 

신앙시, 어머니에 대한 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시 그리고 아픈 딸을 위해 아무 것도 못 해주는 아버지의 마음, 딸을 잃은 후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시에 절절하게 나타난다.

 

- 만우절 거짓말 -

네가 떠나고 보름

오늘은 4월 1일

그게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구급차에 실려 간다는 말

심폐소생을 받고 있다는 말

간호사의 말 의사의 말

그 말 그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너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거라

미안해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나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4월의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만우절 미안해요

 

 

아마도 이어령은 자신의 마지막을 오랫동안 써왔던 시들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으면서 생을 정리하지 않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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