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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은 후에,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1년 인터넷 서점의 '최고의 책' 시상식에서 정유정 작가를 보게 됐다. 그 자리에는 공지영 작가, <아프니까 청춘>으로 스타가 된 김난도 교수 등이 참석했다.
당시 정유정의 <7년의 밤>도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작가는 그 소설의 암울한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소설은 여성 작가가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완전한 행복>은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전남편과 아들을 만나게 해 준 그 장소에서 살인이 이루어졌고, 그 시신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방법으로 처리했다. 재혼한 남편의 아들의 죽음도 석연치 않았던 그 사건.
<완벽한 행복>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물론 풀롯, 인물, 시공간적 배경, 서사는 소설적 허구이지만 소설을 읽는내내 그 사건이 스쳐 지나간다.
실제로는 남편을 살인한 여자의 아들은 소설에서는 딸인 지유로 나온다. 이 사건을 접할 때에도 그랬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안타깝고 걱정이 되는 건 살인마의 자식이다.
<완전한 행복>에서는 지유가 엄마의 살인행동을 알게 되는데, 지유는 평생 살아가면서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한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기도 한다.
흔히 자아도취형 인간을 나르시시스트라 부르지만, 병리적인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의미가 좀 다르다. 통념적인 자기애나 자존감과도 거리가 있다. 덧붙이자면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모든 사이코패스는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스트다. " ( 작가의 말 중에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행복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복이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나는 자신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제거한다. 그것이 곧 살인이다.
그래서 "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책 속의 글)
이 소설은 행복을 위하여 타인의 삶을 자신의 기준에 의해서 간섭을 하고 파괴한다.
정유정의 소설은 읽기가 불편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한 번 책을 펼치면 정신없이 읽어내려갈 정도로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마력이 있다.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은 여름날에 읽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