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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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의 작가라고 생각된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던 <마지막 수업> 그리고 <별>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가슴에 와닿았다.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국경지대에 사는 한 학생의 이야기인데, 전쟁으로 인하여 프로이센으로 그 지방이 넘어가게 되고, 다음날부터는 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이 금지되고 독일어 수업을 받게 된다. 프랑스어를 마지막으로 수업하던 날도 지각을 한 학생은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수업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곧 그날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임을 알게 된다.  

 

'알퐁스 도데'의 <별>도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단편소설인데, 이 소설은 이후에도 몇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연상된다.

'알퐁스 도데'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는 작품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에 더욱 가슴 속에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퐁스 도데'는 프랑스의 서정적 소설가이자 수필가 그리고 극작가이며 시인이다. 이번에 읽은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인데,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가 1866년부터 쓰기 시작한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단편소설들을 모아 <풍차 방앗간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

1869년에 발표한 자서전적 성장소설인 <꼬마 철학자>로 '알퐁스 도데'는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다.

1873년에는 <월요일 이야기>를 발표하는데 이 책은 보불 전쟁과 파리코뮌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 <마지막 수업>이 수록되어 있다.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프로방스가 배경이 된다. 각각의 작품 속에는 프로방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날씨, 전설 등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책 속의 단편소설 중에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은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이 제분공장이 들어오면서 쇠퇴해 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코르니유 영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기도 한 이야기인데, 제분공장이 들어서자 영감의 풍차 방앗간에는 아무도 밀을 빻으려고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풍차의 날개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동네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지만 영감은 방앗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면서 풍차를 돌린다. 그리곤 저녁마다 무언가를 실어 나른다. 동네 사람들은 저렇게 풍차가 돌아가는 것을 보니 엄청난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영감이 집을 비우고 궁금했던 동네 사람들이 방앗간에 들어가 보니 그동안 밤마다 날랐던 것은 석고가루이다. 영감은 그동안 빈 방아를 돌렸던 것이다.

여기에서 끝나면 감동이 적을텐데, 동네 사람들은 이후로 할아버지를 위해서 밀을 싣고 방앗간으로 몰려 든다. 슬프지만 인간미가 넘쳐 흐르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스갱 씨의 염소 이야기>는 스갱씨는 염소를 키우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염소들이 줄을 끊고 산으로 가서는 늑대에게 잡아 먹힌다. 6마리의 염소를 똑같은 방법으로 잃고 염소들이 스갱씨의 집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염소를 키우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7번째 염소를 사서는 울타리에 묶어 놓고 산으로 가면 늑대에게 잡아 먹힌다고 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그 염소 마저 울타리를 벗어난다. 그곳에는 싱싱한 풀과 꽃들이 잔뜩 피어 있어서 맛나게 풀을 뜯어 먹고 자유롭게 뛰어 다닌다. 이처럼 자유로운 세상이 있다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나 밤이 되자 연소는 늑대 생각이 난다. 숲속에서 들이는 늑대 울음소리.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으니... 밤새도록 늑대와 싸우던 염소는 늑대에게 잡아 먹힌다.

 

이 이야기는  '알퐁스 도데'가 친구 '그랭구아르'에게 보낸 충고의 글이라고 한다. 가난하지만 시를 쓰며 자유롭게 살겠다는 친구에게 현실적인 경제 문제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쓴 글이라고 한다.

스갱씨의 염소처럼 자유를 찾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억압된 삶이지만 안전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너무도 유명한 <별>도 <풍차 방앗간의 편지>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프로방스 양치기 소년년과 스태파네트 아가씨의 이야기가 순수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별들의 결혼이 무엇인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을 때, 나는 뭔가 상큼하고 부드러운 것이 내 어깨에 사뿐히 기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살랑살랑 나부끼는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모양의 머리칼과 함께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 기댄 아가씨의 머리였다. 아가씨는 하늘의 별들이 점점 흐미해지다가 솟아오르는 태양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순간까지 그렇게 꼼짝 않고 있었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긴 하였지만 오직 아름다운 생각만을 하게 해 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잠자는 아가씨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우리 주위에서 별들은 양 떼처럼 온순하게 말없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가끔 나는 이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메던 중 내 어깨 위에 내려 앉아 잠이 든 것이라고 상상했다. " (p.p. 59~60)

 

 

추운 겨울에도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잔잔한 감동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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