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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
칼 윌슨 베이커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4월
평점 :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읽는 책이 아닌 쓰는 책이다. 아마도 책제목만 보고 샀다면 책을 펼치는 순간 당황할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에세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더욱 황당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독자들이 자신의 출생에서부터 부모님에 대한 생각, 성장과정, 성인이 된 후에 자녀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채워 나가야 한다.
책장을 펼치고 잠깐 생각에 잠겼지만 전에는 이런 내용의 책을 채워 나갔던 적이 있기에 다시 한 번 나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부모님, 자매,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저자인 '칼 윌슨 베이커 (1878~1960)는,
미국의 문학가로 시카고 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남부감리교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티븐 F. 오스틴 주립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고, 다양한 대학 및 문학 단체에서 강의했다. 텍사스에서 가장 재능 있는 작가이자 여성 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마지막 시집 『말을 탄 몽상가들(Dreamers on Horseback)』로 퓰리처상 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여성 시인인 저자는 이 책을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사느라 잊고 지낸 '나'의 순간들을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펴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알지 못했던 엄마의 청춘과 생각, 그 소중한 기록이 담길 책을 엄마에게 선물하세요' (책띠의 글)
항상 성경 공부를 하시던 우리 엄마, 뭔가를 기록하시던 엄마가 살아 계시다면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이 책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 나가실까....
일단, 책의 질문들을 천천히 읽어 나가다 보니 어린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 나의 첫 번째 가족 이야기
* 나의 어린 시절
* 나의 청소년기
* 성인이 되고
*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아이
* 나의 생각들
* 기록을 마치며
출생에 대한 기록, 나의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추억들
우리 부모님을 어떤 분이셨던가를 가끔씩은 생각해 보곤 했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남기신 분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바탕이 되신 분
질문 중에는 '엄마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 '아빠와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부모님이 안쓰러웠던 적은 언제인가요?, '우리 가족이 좋아했던 외식 메뉴는 무엇이었나요?' ,'퇴근 길에 아빠가 사다주곤 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너무도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요즘도 길을 걷다 보면 지글지글 통닭이 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퇴근길에 사다 주시던 옛날 통닭. 그리고 태극당의 각종 빵과 생과자, 집 부근에 있던 빵집 태양당의 아이스케키...
아버지와 엄마랑은 한 번도 여행을 갔던 적이 없다. 그 시절에는 모두 그렇게 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여행길에 오르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을 때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학창시절의 추억,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단짝 친구에 대한 그리움.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을 둔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우리 아들 가족들...
며칠 후에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새로운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아들에 대한 생각.
인생의 너무도 먼 길을 왔기에 추억할 일들도 많은데, 이 한 권의 책은 나만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책 속의 질문에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미완성의 책이다. 완성은 독자 스스로 햐야 한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잊을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나에게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2권의 누렇게 바랜 노트가 있다. 교직생활을 할 때에 각각 다른 학생이 보낸 노트다.
내가 학생에게 보냈던 편지를 복사하고, 학생이 나한테 보내는 편지를 써서 한 권의 노트로 만들어서 보내 줬었다.
몇 년에 한 번씩 꺼내서 읽곤 하는데 그 노트와 함께 <그때의 나에게 안부를 묻다>는 평생 간직할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