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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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개미>

7살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 베르베르는 <개미>를 쓰기 위해서  소년기부터 약 20여 년의 관찰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개미의 생태를 연구한 기록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이후에 베르베르에 심취되어서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즐겨 읽었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쓰는 소설마다 특색이 있고 과학적 지식과 사고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그런 소재나 주제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심판>은 제목에서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후의 세계, 천국에서의 심판.

어쩌면 흔한 주제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갔다.

이번에 출간된 <심판>은 베르베르의 <인간>에 이어서 다시 시도된 희곡이다. 약 2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지만 희곡이기에 읽는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무대장치 역시 수술실과 천국의 심판장이기에 간단한 설정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으면 된다.

<심판>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막  천국 도착 :  폐암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아나톨 피숑이 미처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천국에 도착하여 변호사, 검사, 판사를 만나는 과정

제 2막 :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 아나톨 피숑의 생을 돌이켜 보는 법정 이야기

제 3믹 : 다음 생을 위한 준비 : 판결에 의해서 환생 아니면 천국에 남는 선택을 해야 되는 순간

아나톨 피숑은 폐암 수술 중에 사망을 하여 천국에서 심판을 받기 위해서 천상의 법정에 가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죽음을 부인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보기를 원한다. 천국에서 내려다 보는 수술실의 모습에는 아직 자신이 죽지는 않고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

그 모습에서 자신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보지만 이미 수술 중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살아 난다고 해도 많은 부분이 상실된 상태로 몸 조차 가눌 수 없으리라는 이야기에 삶을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된다. 자신의 수호천사였던 카롤린은 변호사, 베르트랑은 검사, 가브리엘은 재판장으로 아나톨 피숑의 재판이 열리게 된다.

영혼 번호 103-683인 아나톨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전생에 판사였던 아나톨은 자신이 인생을 잘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가장, 좋은 직업인...

과연 그럴까? 아나톨의 생을 낱낱이 살펴서 환생의 여부를 결정한다. 삶을 잘 살았다면 그대로 어린 아이로 환생을 할 수 있고, 아니면 천국에 남게 된다.

아나톨은 자신의 생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환생하기를 원한다. 그의 희망대로 내려진 판결은

" 따라서 피고인 아나톨 피숑은 삶의 형에 처합니다."

이 의미는 피고인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지상의 태아로 환생하라는 것인데...

환생을 한다면 자신의 부모, 출생지역, 삶의 여정, 죽음까지도 미리 결정할 수 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나는 천상의 법정에 선다면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환생과 천국에 남는 2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심판>은 소설다운 이야기이고 그리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래도 읽으면서 주의깊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 <싶판>은 만성적인 의료계 인력 부족, 교육 개혁, 법조계의 부패 같은 프랑스 사회의 문제를 건드리고, 결혼 제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위트있게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대다수 작품이 그렇듯 핵심 주제는 여전히 운명과 자유 의지의 문제다, 피고인 아나톨 피숑이 심판 과정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과 성찰을 드러낸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심판>은 누구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생, 그러나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사후의 세게.

그래서 흔한 주제일 수 있는 '전생과 환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유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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