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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너는 너야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아이들 22
이수경 지음, 장준영 그림 / 책고래 / 2020년 7월
평점 :
그동안 유아, 아동을 위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중에 <외할머니네 / 박현숙 글, 박성은 그림>,< 책 / 지현경 글그림>, 술술 맆스틱 <이명희 글, 홍유경그림 >등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좋았다.
이 책들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유아, 아동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렇게 익숙하게 된 책고래출판사. 이번에는 그림책이 아닌 동시집 <괜찮아너는 너야>를 읽었다.
동시집에는 68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읽다보니 동시집을 통해서 옛추억이 떠오른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름방학에 찾았던 외갓집의 풍경이 책 속에 있았다. 언젠가 서울 근교의 마을에서 잠시 살았던 날들에 봤던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책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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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던 동시집이다.
특히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겪어 보지 못한 시골 아이들의 생활이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이 될 듯하다.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 동시, 그러나 동시에는 산골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 농촌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촌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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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풋풋하고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짧은 동시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아마도 도시 아이들은 구경조차 못했을 풍경, 물건들 그리고 그들의 놀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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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시에는 사투리가 그대로 씌여져 있어서 감칠 맛이 난다. 예를 들자면 할머니를 할무니, 함무니, 할매 등 그 지역의 사투리가 여과없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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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아이들의 하루는 논틀 밭틀을 뛰놀면서감자 먹고 놀고...
산여울 합창 들으며 물수제비 뜨고 물장구 치고 풍뎅이 잡고...
그곳 아이들의 장난감은 돌멩이, 꺾어진 나뭇가지, 꽃숭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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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깍두기가 뭔지를 알까? 편을 나눠서 놀이를 할 때에 짝이 맞이 않으면 이쪽, 저쪽에 끼워주는 깍두기.
아이들이 노는데, 참새 한 마리가 날라온다. 아이들의 눈에는 참새가 친구이니 놀이를 할 때에 깍두기를 시켜주겠다고 한다.
시골 아이들에게는 자연 속의 참새, 잠자리, 꽃.... 모든 것이 친구처럼 여겨지니 얼마나 정겨운 마음인가
예방주사를 맞던 날의 추억, 산길을 따라 하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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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동시로 옮겨진다.
하굣길
개망초 나물 뜯습니다.
호주머니 불룩하게
채워 넣고
책가방 열어
한 가방 넣습니다.
데쳐서 무쳐 먹고
말려서 볶아 먹고
"달달하고, 고소하고, 임맛 나!"
울 엄마 좋아하는 개망초 나물
함께 가던 애들
먼저 가라 하고
나 혼자 뜯습니다.
입원하신 엄마
오시면 드리려고
개망초 나물 뜯습니다.
정신없이 뜯습니다.
윗동네 대나무집 할무이는 오며 가면 고사리, 두릅, 죽순, 앵두를 나눠 주고 간다.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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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짠해지는 이야기는 영정사진을 찍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영정사진
"어르신예, 손 안 나옵니더
요 가슴까지만 나옵니더
개안십니더, 손 편히 하이소."
사진사가 아무리 괜찮대도
갈라진 할무이 손, 감추느라 수줍고
" 인자 찍심니더,
하나, 둘, 셋!""
사진사 신호 끝에 '퍽' 하고 빛이 튀니
할무이 눈 감을까 봐 사진기 노려보고
빛바랜 옥색 저고리
숱 빠져 성근 머리
새카만 주름 고랑이
내 눈에 자꾸 박혀
"사진사랑 싸우나! 촌스럽구로."
입 쑥 내밀고 툴툴거리는데
그래도 울 할무이, 뽀얗게 웃었어요.
"영정사진 있으니 인자는 걱정 없다."
말씀 그리 하시며 날 당겨 안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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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이야기와는 다른 먼 나라 이야기같은 이야기, 어른들이 읽으면 동심에 적을 수 있는 추억 속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68편의 동시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