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0일간의 이야기
유새빛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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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의 하나가 유력 대권주자가 비서에게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한 사실을 알고 세상을 등진 사건이다.

물론, 이전에도 유명 도지사, 시장, 검사, 국회의원, 연예인, 교수,아나운서 등이 성희롱, 성폭행 사건으로 치명적인 추락을 했다.

이제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성희롱 피해자들이 자신만 참고 말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래도 아직은 성희롱 피해자가 세상을 향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을 때에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신상 공개는 물론, 직장을 잃고 숨어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100일간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 주는 책이다.

가명인 유새빛은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 내에도 성희롱을 당한다. 이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부서 배치를 받고 신입사원을 위한 회식 자리에서 차장으로 부터 성희롱성 말을 듣게 된다. 여직원을 부서의 꽃이라고 하는 말...

남녀 차별적인 언어이기도 한 이런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차장은 새빛씨의 허리를 만지고 어깨돔무를 한다. 새빛씨는 이런 성희롱 피해를 겪은 후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게 된다.

회사의 결정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해서 차장을 지하실의 외딴 방으로 보낸다.

그리고 진상 규명 및 처벌 의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새빛씨의 이야기...

성희롱 피해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를 잘 정리해 놓았다.

그래도 이 회사는 진상 규명 및 처벌을 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일어난 성희롱 사건은 장장 4년 간에 걸쳐서 일어났고, 20여 번에 걸쳐서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호소했지만 그들은 무신경하게 지나쳤다.

부서 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히 묵살됐고, 부서 이동에도 문자를 비롯한 사진들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직장 내의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책자에게 미칠 악영향 그리고 조직 내에서 받아야 하는 피해자에 대한 평판 등을 들 수 있다.

심지어는 피해자를 내부 고발자, 예민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성희롱과 관련된 언행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먼저 받는 교육 중의 하나가 성희롱에 관한 교육이라고 한다.

그런데, 직장 내 성희롱은 대부분 피해자의 관리자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피해 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성희롱의 범위는 어디부터라고 해야 할까? 성희롱은 피해자가 느끼는 바와 사회의 상식에 따라 결정된다. 가해자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

같은 행동을 했을 경우에 피해자가 모멸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 할 수 있다.

가해자들은 말한다. 선한 의도에서 한 행동이라고.... 또는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악의적인 의도에서 한 행동은 아니나 기분이 나빴다면 잘못했다고...

책 속의 사건의 경우에도 가까운 지인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신고를 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나도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가해자인 차장의 경우에 직장에서 쌓아 올린 25년의 명예가 단 한 번의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으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자신은 새빛씨에게 여자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으라는 의미로 그쪽으로 보내기 위해서 한 행동인데, 허리를 만졌는지는 처음에는 인지를 하지 못했다고.

물론, 어떤 변명으로도 피해자의 불쾌감과 모욕감을 씻을 수는 없을 것이다. 피해자는 건 이후에 직장 내에서의 자신에 대한 편견을 견뎌야 한다.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피해자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 때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사과를 그 자리에서 받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직장 내의 25년 선배라면 그 정도의 배려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나의 생각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1. 개인의 기준으로 성희롱의 무게를 논하지 말아달라

2. 침해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피해자의 적극적인 노력을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연하게 여겨달라.

그렇다. 어찌 성희롱에 범위를 둘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에 겪게 되는 그 마음을 어찌 우리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정립된다면 이런 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이 줄어 들 것이다.

마지막, 한 마디는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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