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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
데이비드 콜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8월
평점 :
색은 우리 주변 세상을 묘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은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되는 재료였다.
중세의 필사본, 르네상스 예술, 20세기 현대 미술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색이다. 현대과학은 현실의 3차원 세계를 거부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강렬한 색과 안료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금은 쉽게 다양한 색을 낼 수 있기에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색.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19~20세기에도 화가들은 물감을 구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도 화가들이 원하는 색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화가들의 이야기를 쓴 책을 읽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황금 보다도 비싼 색을 구하기 위해서 파산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색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쓴 책이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컬러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잘 정리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주요한 색을 낼 수 있었던 안료 60여 가지를 소개한다. 또한 광물을 채취하여 색을 얻어 내는 과정의 제조법도 함께 알려준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컬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간단한 멘트와 함께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귀한 자료를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색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저자 '데이비드 콜즈'의 역할이 크다.
'데이비드 콜즈'는 자신이 색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는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작업실에는 각종 물감들이 있었다.
그가 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 안료세트를 선물을 받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미술 공부를 하고 색 제조업자가 된다.
책 속의 저자의 사진은 보니 온통 물감으로 범벅이 된 손과 옷. 이런 열정이 <컬러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적 안료와 현대적 안료의 역사, 각종 색의 특징, 색의 어원, 채굴 광석, 제조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안료는 오커와 황토이다. 오커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볼 수 있는데, 천연 광물을 돌로 빻아 가루로 만든 후에 물과 섞어 물감으로 썼다.
광물 속의 불순물은 가열과정에서 성분이 조절된다. 초크 화이트는 색의 범위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고대 회화하면 이집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고대 이집트의 무덤과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램프 블랙은 램프나 밀랍 양초의 수지 또는 기름을 태우면 발생하는 그을음을 모아서 검은색으로 사용했다.
상아나 와인 찌꺼기를 태운 그을음이 블랙이 된다.
본 화이트는 뼈를 불어 넣어 유기물이 모두 재로 변할 때까지 완전히 태운 안료이다.
본 블랙은 동물 뼛조각을 넣고 불이 빨갚게 핀 석탄을 둘러 싸 태운 안료이다.
이렇게 안료의 이름을 들으면 무엇으로 안료를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 고대의 색
인류가 합성한 최초의 색은 이집션 블루이다. 이집트의 벽화, 조각상, 석관 등에 쓰인 파란색이다. 이 색은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제국으로 건너가서 궁전, 벽화 등에 사용된다.
황금색을 내던 안료로는 오피먼트, 웅황이 있다. 이 안료는 독성이 강한 황화 비소 등 위험한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주황색을 내던 안료로는 리앨가, 계관석이 있다. '비소의 루비'라고 하는데 독성이 강한 광물이다.
이처럼 예전의 안료가 되는 물질들은 독성이 강해서 어떤 시대에는 이런 안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죄수를 시키기도 했다.
고전시대의 색으로 은처럼 하얀 리드 화이트는 수백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는 중요한 안료였다. 그러나 리드 화이트도 납에 이산화탄소, 아세트산, 증기를 반응시켜 만든 염기성 탄산납으로 독성이 강해 치명적이다.
로마황제들이 즐겨 입던 옷은 자주색이다. 그들은 '진정한 자주'를 입었는데 이런 자주색은 티리언 퍼플이라 해서 육식성 바다 우렁이에서 채쥐하는데 1마리에서 염료 1 방울이 나오니 황제가 아니면 감히 입을 수 없는 색이다. (자주라고 표현했지만 퍼플이란 안료명에서 알 수 있듯이 보라색을 말하는 듯하다)
인디고는 고대 직물과 벽화에 사용되었는데 낭아초 잎에서 추출된 순수한 가루 형태의 안료이다.
초록색 안료인 말라카이트, 공작석은 19세기까지도 구하기 힘들었다.
북유럽이나 서유럽의 구리광산에서 채굴한 아주라이트, 남동석은 파란색 광물이다.
중세 채색 필사본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레드 리드는 20세기까지 사용된 안료이다.
이런 안료들은 공기중에서 변색이 되기도 하고 독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 색은 선명하고 생동감이 난다.
어떻게 광물이나 동식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이 나올 수 있는지 경이롭다.
◆ 중세의 색
셜릭은 암컷 랙깍지 진디의 진을 사용한 도료이다. 바인블랙은 나무 덩쿨로 만든 목탄이다. 포도나무 덩굴과 줄기를 탄화시켜서 얻는다. 색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푸른빛이 도는 검은 색이다.
커미즈는 빨간 염료로 사진을 보면 싸앗처럼 생겼는데, 암연지 참나무에 서식하는 깍지 진디로 만든 안료이다.
드래곤스 블러드는 염색, 의학, 연금술에 사용했다.
안료의 가격이 황금 보다 비싸다. 그만큼 귀하다는 의미인데, 라피스 라줄리, 청금석은 황금 보다 비싼 파란색이다.
피치 블랙은 주로 복숭아 씨에서 얻는다.
사프란은 사프란 꽃의 수술에서 얻는데 천의 염료, 와인, 식품, 화장품 색소로 쓰인다. 지금도 사프란은 화장품, 향료로 많이 쓰이는 꽃인데 여기에서 나온 안료는 중국 황제의 가운 염색, 미라 붕대 염색, 로마 황제의 향수로 쓰였다.
향긋한 사프란 향이 느껴진다.
중세 예술가들은 선명한 파란색을 쓰려면 돈이 많이 들었다. 그러니 예술가들에게 어떤 물감을 써서 색을 나타내느냐는 것은 금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 필기용 잉크
예전에는 필기용으로 잉크가 많이 사용됐다. 깃털에 찍어서 종이에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글씨.
잉크는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다.
참나무 혹 잉크, 너도 밤나무에서 얻는 비스타, 갑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세피아, 호두 등의 견과류를 이용한 잉크.
1740년 경이 되자 색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색 제조공 '요한 야콥 디스바프'는 우연한 기회에 현대적인 색을 인공적으로 제조하게 된다.
구리와 비소를 함유한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에메랄드 그린 등도 있다.
♣ 현대의 합성 화학
산업혁명 시기에 직물의 염료에 대한 화학적 연구로 인하여 물감의 색은 다양하게 늘어난다.
♥ 현대의 색
1960년대에는 형광 안료가 나오게 된다. 형광색은 환각적인 그림에서 사용되는데, 이 역시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안료 시장에서 큰 이슈가 됐다.
처음 상업적으로 개발된 야광 안료는 1908년에 발명된 방사선 발광 안료이다. 현재는 알루민산 스트론튬으로 대체되어 안전표시, 지폐, 장난감, 물감 등에 사용된다.
그 밖에도 물감을 만드는 과정, 예술가들의 안료 제조법이 소개된다. 이런 다양한 색을 가지고 예술가들은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거기에 쓰여진 예술가들의 한 줄 멘트는 그들에게 색이란 무엇일가를 알려주는 좋은 내용이다.
우리들에게는 익숙한 다양한 색들, 같은 색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색들. 그런 색들을 만들기 위해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초기에는 주로 광물에서 많이 채취했지만, 동물의 뼈를 태우거나 식물에 기생하는 벌레들을 끓여서, 뿔고동 등의 해산물, 금속, 배설물 등도 색을 만들어 내는 좋은 재료였다.
안료 제조술이 발달하면서 색들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안료를 만드는 기술, 기술의 변천, 색의 형성과정, 유래 등을 한 권의 책에 담은 책으로는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가 최고의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너무도 귀한 자료들이 담겨 있고, 사진 또한 선명한 색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또 보고할 정도로 소장가치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