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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ㅣ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광수생각>의 만화 주인공 신뽀리를 만났다. 29살에 신뽀리를 탄생시켰던 만화가는 이제 쉰 살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인지 <광수생각,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의 내용은 더욱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저자인 박광수는 1997년 4월 4일부터 조선일보에 '광수생각'이라는 만화를 연재하면서 만화 주인공인 신뽀리와 함께 유명세를 타게 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는 따뜻함이 가득하다.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낸다.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친구가 되어 준다.
아주 일상적인 소재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광수생각들.
무심하게 지나치던 시선이 광수생각 속으로 들어가면 유쾌해진다. 때론 단 줄의 글이 미소를 짓게 하고, 웃음을 잃었던 사람들에게는 빵터지게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한다.
위트와 해학이 있어서 외롭고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곤 했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은 책으로 출간된다. 몇 권의 시리즈가 나오고 이번에 '광수생각 마지막 이야기'로 <광수생각,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이 출간됐다.
이 책은 그동안 250만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1997년~ 2020년까지의 <광수생각>이 쓸쓸히 흩어진 외로운 마음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29살 광수생각에서부터 24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50대 광수생각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추억 속의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때는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또렷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광수생각 중에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내용들도 다수 있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들인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는 광수생각은 어쩌면 우리들의 어머니를 보는 듯하다.
" 엄마가 치매라 슬프다는 내 말에 친구가 말했다. 넌 그래도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천 번이라도 말할 수 있잖아, 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그 말을 못해서 아쉬워"
" 엄마 사랑해요."
천번이 아니라, 만 번이라도, 광수생각.

어제 밤에 바로 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봤다. 토요일 오후 10시 40분에 tvN에서 하는 <더블캐스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더블캐스팅>은 뮤지컬에서 주,조연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앙상블들을 위한 캐스팅 프로그램이다. 출연자 중의 한 사람은 몸이 아프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준비한 선곡은 뮤지컬 '케미스토리'의 넘버 '아버지'
그 곡의 가사가 얼마나 마음에 와닿는지 시청하는 나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리곤 책 속의 내용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치매에 걸닌 광수의 엄마, 이정금 여사, 그 엄마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양치를 하는 것도, 세수를 하는 것도.... 그러나 아들에게 묻곤한다. 지금이 몇 시이냐고....
네시 반이라고 말하자 엄마는 깜짝 놀라신다. 왜? 매일 저녁 5시면 밥을 해야 한다는 것만은 기억하시기에....

어느날 아들은 우연히 들른 노포에서 김치찌개를 먹게 된다. 아들은 엄마가 해 주던 김치찌개 맛과 너무도 닮은 김치찌개 를 앞에 놓고 울었다는 이야기.
유난히 광수생각 속에 나온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의 엄마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소환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래도 입 속에서 감도는 엄마의 음식들에 대한 맛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나는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그 맛을 지금도 기억한다.

광수는 말한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보니 아무리 불행했던 날들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고, 위안이 되었다고.
우리에겐 누군가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있으니 함께 살아가자고 말한다.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촌철살인의 날카로움이 있고,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광수생각.

앞으로도 많은 광수생각을 접하고 싶은데, '광수생각 마지막 이야기'라는 책표지 글이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