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오기 오가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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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면, 최신 장비를 갖춘 실험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최첨단 발명품이 신약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까지 인간이 두려워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의 개발은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 책의 내용은 바로 그런 우연에 기대어 신약을 개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신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도널드 커시'는 3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신약 개발자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자를 약 사냥꾼이라고 한다. 공동 저자인 '오기 오거스'는 전문 과학 작가이다.

신약 개발자와 전문 과학 작가가 풀어내는 신약 개발 이야기이다. 우리 인류가 석기시대의 선조부터 오늘날의 대형 제약 회사에 이르기까지 약을 찾아 헤매온 여정, 치료제를 찾는 과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신약 사냥꾼이 세상을 바꾼 약을 찾아 낼 수 있었던 발견들을 살펴 볼 수 있다.

신약 사냥꾼은 개인으로서나 사회전체로서 당시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약을 찾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대부분의 경우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 되고, 그 발견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 다시 보완되고 실제로 환자에게 처방되고, 또다시 실패를 하게 되면 다시 보완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된다.

실패의 연속이 우연히 성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선사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신약 사냥꾼이었다. 스스로가 자신을, 가족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귀비 열매에서 뛰어난 성능의 진통제를 찾아내기도 하고,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 돼지의 췌장에서 당뇨 치료제를 얻기도 하는 등, 모든 신약의 재료는 자연 속의 식물, 동물의 체내,, 토양 속의 미생물, 그밖의 여러 물질에서 얻어야 했다.

신약을 찾아 낸다는 것은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신약 개발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연구하고 실패하고 또 연구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게 된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임상실험 조차도 제대로 의무화된 것은 1938년이니, 그 이전에는 제대로 된 신약 개발이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가 보아도 그당시에는 의사 연구자는 의사겸 식물학자였다. 새로운 약을 녹색 식물계에서 찾아냈기 때문이다.

콜롬버스의 항해 이후에 약초 사냥꾼들은 미지의 땅에서 식물을 탐색하고 그 결과 정글에서 찾아 낸 나무껍질 키나는 말라리아 치료제가 된다.

신약 개발에서 첫 단계는 식물에서 치료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약초를 찾아서 산을 헤매는 그런 사람들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약초를 찾아서 치료를 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약으로 쓸 수 있었는데 신세계에서 찾아낸 100가지 이상의 식물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도 나왔다.

신약 사냥에서 식물의 시대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풍요로웠다. 그 이후에는 연금술을 이용한 신약 사냥이 이루어지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오히려 치명적인 조제법만 남기게 된다.

19세기 초중반 이전에는 수술이 흔하지 않았다. 수술을 하게 된다면 마취제가 없으니 수술과정은 너무도 끔찍했다. 감염의 위험도 있으니 수술을 한다는 것은 살아 남을 확률이 낮았다.

수술에 마취제가 쓰이게 된 것도 우연의 발견이다. 치과의사였던 모턴이 에테르를 이용해서 마취를 하게 되는데, 수술에 필요한 만큼의 에테르를 만들는 방법을 몰랐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마취제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처럼 신약 발견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용한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보통 10년 이상이 걸렸다.

기적의 약이라 할 수 있는 페니실린은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에서 추출하게 되는데, 대량생산의 방법이 없었다. 특이한 물질이기는 하지만 실험실에 처박혀 있던 페니실린을 완벽하게 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게 한 사람은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보리스 체인이다.

페니실린이 완벽한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져야만 했다.

딩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추출 기법,

런던에서 1년에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콜레라의 치료제.

당시에는 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고혈압 치료제,

여러 질병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소가 더 빨리 임신할 수 있게 하려던 낙농업자에 의해서 발견되는 피임약,
정신병도 약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게 된 정신병약

신약 사냥에서 상당수의 중요한 약은 그 약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발견됐다. 신약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는 데 수십 념이 걸리거나 여러 세대에 걸쳐 연구하게 된다.

그 작용을 알게 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신약 개발 과정이 우연에 가깝고 합리적 설계보다  개인의 생각에 더 의존하였다. 이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계속하게 되고 언젠가는 효과를 찾아 낸 경우가 많다.

신약 개발이 어려운 것은 의약품 가격이 비싼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약 발견은 우연과 운, 시행착오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신약 사냥에 성공하려면 ‘4G’가 필요하다. 바로 돈(Geld), 인내(Geduld), 창의력(Geschick), 그리고 행운(Gluck)이다.” _파울 에를리히(매독 치료제를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

저자는 35년 이상을 신약 개발에 힘썼기에 신약 개발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신약 개발에 관한 각종 자료를 통해서 역사적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한 신약 개발에 대해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신약의 개발은 불확실성 안에서 시행착오를 통해서 실패하고 연구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거듭한다. 신약에 대한 절실함이 있기에 신약 사냥꾼들은 오늘도 불켜진 연구실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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