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이야기 1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란 긴 제목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줄여서 <알쓸신잡>인데, 출연자들도 인기가 있고, 박학다식한 그들의 이야기가 높은 시청률을 가져다 줬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절판된 만화책이 복간이 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된다.

프로그램에서 김영하는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 이라면서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운 '김은성'의 <내 어머니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만화책은 2008년에 <내 어머니 이야기> 1부가 출간된다. 그리고 2014년 3월에 2부~4부가 출간되면서 전 4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화책이기에 그 내용이 궁금했다.

우선, <내 어머니 이야기 1>를 읽었다.

작가인 '김은성'은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마흔 살이다.

책표지의 그림부터 '옛날 옛적에~~'이렇게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가 튀어 나올 듯하다. 만화 그림이 특이하다. 마치 판화로 찍은 듯한 흑백, 그리고 투박한 듯하지만 정감이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리고 썼다. 어머니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어머니인 놋새네 집은 함경남도 북청에서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지 않는 집안이다. 1남 6녀 중의 여섯 번째인 엄마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프롤로그에는 작가의 외증조부와 외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는 1927년생으로 책을 쓸 당시에 엄마는 대략  팔십 세 정도였으니 엄마의 팔십 년의 삶을 딸이 되짚어 본다.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가 왜 이 책을 <알쓸신잡>에서 소개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한 개인이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굴곡이 많았던 우리 역사의 100년 정도가 담겨 있다. (외증조부, 외할머니 이야기까지 합쳐서)  

흔히,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 세대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소설책 몇 권이 된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그만큼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아 온 세대들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서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를 몸소 체험한 세대들, 그리고 그들은 대가족 제도에서 살았기에 가족간의 이야기가 곧 한 편의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권의 만화책으로 그리려고 했으나 그 분량이 많아지면서 엄마의 전 생애를 4권의 책에 담게 된다.

작가의 외삼촌이자, 엄마의 오빠인 억석이 이야기, 노금, 노향, 귀동녀, 숙자 등 이모들의 이야기, 친척들의 이야기....

함남 북청 고향 음식인 명태 식해, 명태 순대 만드는 방법, 이산가족 찾기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만화 속의 내용은 표준어가 아닌 함경도 사투리로 쓰여져 있다. 작가는 인물들의 감정이나 정서를 담아내고 토속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서 사투리를 그대로 썼다고 하는데,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접하지 않은 함경도 사투리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투리가 많아서 작가는 주를 달아 놓았는데 그걸 읽다 보면 책의 내용에 집중이 안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옛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신 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 시집와서 겪은 이야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말씀을 잘 하셨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엄마가 생각났다.

1부는 엄마의 가족사와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이를 통해서 북청의 관혼상제 등의 풍습과 당시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다.

" 나 같은 사람을 그린 것도 만화가 되냐?"

(...)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현재의 삶을 있게 한 엄마의 생애를, 엄마의 구술을 바탕으로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격동의 시기에 나고자란 평범한 엄마의 생애가 기록되는 것의 가치는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뒷표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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