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중고등학교 시절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 중에 기억나는 책은 <헤밍웨이 전집>이다. 3권인지 5권인지로 구성된 전집인데, 깨알같은 글씨로 씌여진 책은 내가 읽기에는 지루하기만 했다.

학교 독후감 숙제를 하기 위해서 마지못해 읽기는 했지만 읽다 말다, 건너 뛰고 읽고 그렇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는 어른이 돼서 다시 읽었는데, 학창시절에는 지루하기만 했던 소설들이 감명깊은 소설로 다가왔다.

 

아르테에서 출간되고 있는 '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 클래식 클라우드> 6번째 책은  <헤밍웨이  × 백민석>이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난다'는 슬로건(?)을 걸고 지금까지 6권의 책이 나왔다. 그 중에 <클림트  × 전원경>, < 푸치니  × 유윤종>을 읽었는데, 클림트와 푸치니의 삶과 작품세계를 찾아 떠난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웠다.

그래서 읽게 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의 한 권이  <헤밍웨이× 백민석>이다.

쿠바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빠짐없이 나오는 헤밍웨이와 관련된 이야기들, 그 이외에는 스페인과 헤밍웨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권총 자살이었다는 것.

이 정도 밖에 알지 못했는데,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백민석의 글을 읽으면서 헤밍웨이의 삶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헤밍웨이의 흔적은 4대륙 20여 개의 나라에 있다. 미국 중부 소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20살이 되기 직전에 미국을 떠난다. 과연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 각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1899년에 출생하여 1961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소설, 에세이, 논픽션, 희곡, 시 등 다양한 장르의 30여 권의 책을 출간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물론, 노벨 문학상,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책을 읽었으니 그가 쓴 편지는 약 7,000여 통, 그가 남긴 장서는 9,000여 권이다.

취미도 다양하여, 바다낚시, 사파리 사냥, 권투, 투우 관람 등을 즐겼다. 또한 제 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그리스 - 터키 전쟁, 스페인 전쟁, 중일 전쟁에도 참전했다.

그의 인생은 다른 측면에서는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데, 헤밍웨이의 작품의 중심에 카페와 전쟁, 사냥, 낚시, 투우 등이 나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헤밍웨이  × 백민석>의 저자인 백민석은 삶과 문학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헤밍웨이의 삶의 발자취, 작품이 씌여진 발자취를 찾아서 4나라 6도시를 찾아간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파리의 골목들,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드나들던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그가 술을 마시고 차를 마시던 곳들.

<무기여 잘있거라>의 배경이 된 밀라노 그리고 베네치아...

투우를 즐겼던 헤밍웨이가 거의 매년 투우 축제인 ' 산 페르민 축제'를 찾았던 스페인의 팜 블로나, 그곳은 <태앙이 다시 뜬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스페인의 마드리드.

쿠바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헤밍웨이인데, 그는 이곳에서 약 20여 년을 살았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작은 어촌이 있는 아바나, 그곳에는 헤밍웨이가 40대부터 살았던 저택이 박물관이 돼서 그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헤밍웨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바뀔 때마다 그의 대표작이 탄생한다. 

세계적인 전쟁터에는 그가 있었으며, 아프리카의 사파리 사냥터, 바다 낚시터, 투우장에도 그가 있었으니, 그는 죽음의 문턱도 여러 번 드나든다. 총상을 비롯하여 5번의 뇌진탕은 그가 위험에 처했던 사례 중의 일부에 해당된다. 

이 책의 저자인 백민석은 그동안 헤밍웨이에 대한 작품 분석을 비롯하여 그의 삶을 조명해 왔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책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헤밍웨이의 모든 것을 담아 내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는 헤밍웨이와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 제럴드의 이야기이다. 피츠 제럴드가 살아 있을 때에도 경쟁심에서 민망한 행동을 여러 번 하는데, 그의 사후에도 험담과 거짓 에피소드를 퍼뜨렸다. 경쟁적 상황에서라고는 하지만 동료 문인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 하다.

마지막으로 헤밍웨이 소설의 미학은 입말체 대화법, 빙산이론과 하드 보일드 스타일 그리고 남근 중상주의 미학이다. 이는 헤밍웨이에 대한 다른 표현들이기도 하다.

책의 에필로그에 헤밍웨이를 잘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적어 본다.

" 헤밍웨이의 삶과 자살은 그가 남긴 소설들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억지로라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없지만, 그의 실제 인생은 이 책을 쓰고 있는 내 이해의 한계를 아직도 넘어선다. (...)

예를 들어 말년의 육체적 붕괴를 가져온, 평생에 걸친 모험과 도전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평생 죽음을 쫓아다녔다는 해석이 정말로 맞을까? "인간은 파멸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라는 금언에 비추어본다면 그의 자살은 파멸이었을까, 패배였을까? 비참한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패배였을까? 아니면 작가로서 이미 파멸한 상태에서 비참하게 사는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명예로운 행동이었을까? 그는 죽었어도 그의 작품들은 되풀이해 읽히고 있으니 파멸이나 패배는 커녕, 결국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하지만 어떤 문화는 시대가 달라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문학이 바로 그 점을 증명한다. 그의 문학은 갖가지 다른 형태로 탈바꿈되어 여전히 현대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나는 헤밍웨이의 금언을 따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고전은 형태가 바뀔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

헤밍웨이의 죽음이 어땠든 문화적 의미에서 그의 문학은 파멸되지도 패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다. " (p.p. 315~319)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헤밍웨이는 빙산의 일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헤밍웨이는 그 누구도 삶을 열심히 살았다. 어떤 사람도 하지 못한 모험과 도전은 그의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체험이 녹아 있는 세계적인 명작들, 그 가치를 아는 독자만이 헤밍웨이의 작품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는다면 그저 줄거리에 치우쳐 읽게 된다.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는 명작 속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해 준 백민석 작가. 그가 전해주는 헤밍웨이의 작품에 대한 해설이 헤밍웨이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