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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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책은 지금까지 2권을 읽었다.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ㅣ 다산책방 ㅣ2014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ㅣ 다산책방 ㅣ 2012>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은 작가가 아내와 사별한 후의 5년간의 상실과 고통을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 속에 나오는 3편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에세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깊이있는 질문과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작가가 말하기를,

' 이 책의 원고는 150 페이지이지만,  나는 이 작품이 3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결론 부터 말하자면 나도 역시 이 책을 2번 읽게 되었다. 한 번은 아주 꼼꼼하게,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이 이 책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고, 어떻게 숨겨져 있었는가를 알기 위해서. 아니, 작가는 그 부분들을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나름대로 기억하고, 추측하면서 자신들의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독자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황당한 반전을 결코 생각 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p. 11) 

여기에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스쳐간 순간들, 사건들이 과연 내가 생각했던 믿고자 했던 것들에 의해서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에세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소설이다.

그런데, 두 작품 모두 읽은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이번에 읽은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요리책과 레시피에 관한 에세이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다. '줄리언 반스'와 부엌, 레시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시니컬함으로 똘똘 뭉친 완벽주의 소설가가 요리책을 펼친다면…
위대한 소설가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먹고 마시는 일의 페이소스"  (출판사 리뷰 중에서)

'줄리언 반스'는 자신을 '부엌의 현학자'라고 부르는 아마추어 요리사다. 완벽주의 작가가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책을 펼치고 레시피를 들여다 보면서 요리를 한다.

상상 조차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요리책이 100 여 권에 이른다고 하니, 그 중에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요리책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지적하듯이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을 고려한, 즉, 초보자를 위한 요리책은 매우 드물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요리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맛있는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스'는 부엌에 들어가 보기나 했을까?

그는 어릴 적에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요리가 되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 만들어진 음식만을 먹었다. 그런데, 그가 그녀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주방에서의 '반스'는 더욱 까칠하다. 부엌에 서기만 하변 노심초사하는 현학자, 열심히 요리책에 집중하는 독학 요리사이다.

우선, 그는 요리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 따라하기 위해서 레시피를 보니, '중간크기의 양파', ' 포도주 한 잔만큼'. '한 덩어리', '한 모금', '과다한 비계를 잘라내라' , '밤새 또는 일하는 동안 콩을 물에 담가 놓는다' 등등....

두리뭉실한 레시피.

물론, '반스'에게는 애매모호한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부라면 그런 건 아무 문제가 없다. 레시피에 적힌 계량 단위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레시피에 나온 음식을 만드는 순서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경험상, 레시피를 읽어보고, 그 음식을 만든 후의 사진을 보면 가족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척척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반스'의 성격이 완벽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처음 만들기 위해서 요리책을 펴든 사람들에게는 황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책의 레시피에 따라서 요리를 하지만 여기 저기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 주로 요리 첫 단계에서의 정확한 계량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책 속에는 일류 요리사, 요리책에 관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반스'가 요리를 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경험담 (물론 주로 실패담이기는 하지만)이 의외로 재미있다. 그런 경험담 속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까칠하다 못해, 투덜 투덜거리는 부엌에서의 '반스'의 이야기는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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