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 2
노아 고든 지음, 김소영 옮김 / 해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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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의 작가인 '노아 고든'은 1992년에 독일 올해의 작가로 선정, 독일 골든펜 상 수상을 했다.  (1986년 미국에서 출간됨)

1권을 읽을 때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에 관심을 갖고 검색을 하다 보니 이미 1995년에 퇴설당에서 <메디쿠스 1,2,3>이 나왔다.

2003년에는 해나무에서 <메디쿠스>라는 제목으로 상,중,하 권이 출간됐는데, 이후 절판이 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   

원작은 <더 피지션>이고, 2013년에는 영화 <더 피지션>이, 2016년에는 뮤지컬 <더 피지션>이 제작됐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중에서)

소설의 내용이 소년 롭이 유럽의 각 지역을 거쳐서 페르시아까지 가는 여정이 그려지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지고, 이발외과의에서 내과의사가 되는 도전이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특히,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11세기의 종교, 이념, 민족 등에 관한 내용을 고증을 통해서 조명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당대의 분위기를 알려 줄 수 있는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많아서 작가는 상상력의 나래를 펼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있었다고 '감사의 말'에서 전한다.

마리스탄은 중세 바그다드에 있었던 아주디 병원에 대한 묘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 11세기 당대의 분위기를 알려 줄 수 있는 많은 역사적 사실들은 이제 영원히 사라지고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기록이 전무하거나 혹은 확실치 않을 경우, 나는 거침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따라서 이 책은 상상의 산물이며, 역사의 한 단편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감사의 말 중에서)

그렇지만 소설을 통해서 11세기 중세의 많은 부분들을 짐작할 있다.

책 속의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알라왕은 알라 - 알 - 아울라 라는 왕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정보도 미약하여 당시의 왕들의 성격을 종합해서 묘사했다

오늘날의 이발소의 간판이 중세의 이발외과의가 적백청의 장대를 간판으로 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의사가 이발 외과의, 외과의사, 내과의사로 구분됐다. 이런 구분은 지위에 따른 구분이었다.

이발 외과의는 이발을 하면서 간단한 치료와 수술을 하는데, 롭처럼 각 지역을 떠돌아 다니면서 마술 등의 공연을 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자신들이 제조한 약을 팔고, 간단한 진료를 했다. 물론, 하층계급들이 이용했다.

부유한 상인들은 외과의사의 진료를, 왕이나 귀족은 내과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물론, 외과의사, 내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 공부를 하고, 시험에도 합격해야 된다.

그러니 9살에 부모를 잃은 롭이 의사가 되겠다는 것은 열망이고 도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발외과의로 돈을 벌 수 있었고, 환자들도 잘 고치고 페르시아 이스파한까지 갈 수 있었던 모험이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와같은 열정을 가졌던 허준이 떠오른다. <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은 유럽판 <소설 동의보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권의 내용은 롭이 이스파한에 도착해서 당대 최고의 의사인 이븐 시나의 가르침을 받고 의사가 된다.

1권에서 대상의 무리에서 만난 메리 컬른을 다시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롭의 일생은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이스파한에 도착한 롭이 학교를 찾아가지만 거절을 당한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감옥까지 가게 되지만 알라왕의 조치로 학교에 입학하여 이븐 시나의 견습생이 된다. 롭은 학교에서 의술, 철학, 수학, 코란 암송 등의 교욱을 받아야 하고, 나중에는 의사시험인 하킴을 통과해야 한다.

롭은 자신의 신분을 유대인이라 하면서 이름도 이새 벤 벤자민으로 개명한다.

중세의 흑사병은 가장 지독한 전염병으로 한 지역이 쑥대밭이 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었다. 소설에서도 흑사병이 나온다. 그 누구라도 흑사병이 창궐하는 곳에 간다는 것은 위헙한 일이기에 모두가 껴리게 되는데, 롭은 흑사병 의료팀으로 파견된다. 롭은 흑사병 환자를 돌보던 중에 몸에 솟아난 가래톳이 터지면 회복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기록을 세세하게 남긴다.

롭은 대상행렬 중에서 만났던 메리 컬른을 다시 만나게 되고 가정을 이루지만  유대인 지역 사람들은 이방인인 메리와의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인체의 해부를 통해서 병의 원인과 치료를 하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롭도 역시 인체 해부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디스펨퍼 (맹장염> 환자의 치료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시체 해부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화를 부른다. 그래서 가족을 데리고 페르시아를 떠나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가 페르시아에서 유대인 행세를 한 이새 라는 것이 들통나게 되면서 위험에 빠진다.

이미 가족들은 메리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간 상태였기에 롭도 그곳으로 가게 되고...

아들인 롭 2세가 죽음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븐 시나의 <의학정전>을 영어로 옮기게 되니....

" 의학은 돌집을 서서히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롭이 말했다.

" 한평생 단 하나의 벽돌이라도 쌓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겁니다. 만약 이 질병의 진행을 설명할 수 있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느 누군가가 그 치료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p. 482)

중세 유럽은 미신과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자칫 의술이 마녀의 능력으로 오인받기도 해서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의료계는 뒤떨어져 있었기에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원인 규명이나 치료법도 없었다.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한 것도 이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비하여 이슬람 세계는 의학기술이 발달했다.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만남은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11세기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역사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그 시대의 유럽과 이슬람세계의 풍습, 종교, 정치, 생활모습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페르시아의 의술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그당시의 의료계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롭의 삶은 한 편의 서사이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 부모를 잃은 고아, 떠돌이 이발외과의, 마침내 내과으시사로 성공하는 모습, 그러나 의사가 된 후에도 평탄하지 않은 삶.

그러나 그의 재능은 아들에게 전해지고...

이 책은 자극적인 소재나 화려한 문체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곧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의 상황 모사들이 너무나도 생생해, 숨막히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풍경이나 음식을 함께 음미하고,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환성을 지르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한주 번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신의 선택을 받은 한 인간의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일깨워 준다. 탄탄한 구성력과 세밀한 묘사는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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