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백영옥의 산문집인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2012년에 출간됐다. 언젠가 읽은 듯하긴 한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용 중에도 읽었던 기억이 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한데...

아마도 작가의 다른 에세이인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ㅣ 아르테 ㅣ 2016>를 읽었기 때문일까.

이 책에는 어릴 적에 그 누구나 읽었을 동화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면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는 우리 삶의 단면들이 켜켜이 담겨 있다. 그 단면들을 명쾌하게 분석해 나가면서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필력이 뛰어난 작가이기에 백영옥의 글은 마음에 차곡차곡 담겨지면서 인생의 소중함을,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지금은 꽤 알려진 작가이지만, 젊은 날의 작가의 모습은 다양했다.

" 1매짜리 카피를 쓰던 광고히사 카피라이터, 8매 짜리 북 리뷰를 밀어내던 인터넷 서점 직원, 30매 짜리 인터뷰 기사를 쓰던 패션지 기자에서 지금은 2000매 짜리 소설을 쓰는 작가로 변신 (...)" (저자 소개글 중에서)

한 때는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를 쓰던 적도 있었다. 리브로에서 일하던 혜화동 시절에 작가는 스물 아홉의 봄날을 보냈다. 그리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서른 아홉 살로 마흔을 바라보면서 쓴 글들이다.

젊은 날의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는 김연수, 김중혁 등의 작가들과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역시 항상 글을 쓰던 작가이기에 평범한 듯한 글 속에는 작가다운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백영옥의 글을 좋아한다. 에세이도 좋지만, 소설도 좋아한다.

그런데, 작가에게도 13 년간 신춘문예에 낙방한 이력이 있으니...

책 속에서 김연수, 정이현, 윤대녕, 허수경 등의 글도 만날 수 있고, 황동규, 류시화, 안현미 등의 시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대체로 영화를 좋아하는지 영화 이야기도 담겨 있다.

망막 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개그맨 이동우의 이야기는 나를 숙연하게 만들어 준다.

" 오픈 유어 아이즈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엔 눈을 부릅뜨고 온 마음을 기울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처럼 깊은 어둠에 잠겨 눈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세상의 밝음을 볼 수만 있다면 그 삶은 아름답다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의 이름은 이동우다. " (p. 64)

누구에게나 삶은 그리 녹녹치 않을 것이다. 지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들에게 그 시기를 갓 넘어 온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위안을 받기를 바라는 듯하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으니, 어느 날 갑자기 저 세상으로 보낸 친구에 대한 생각은 마음 속 깊은 아픈 상처일 것이다.

책을 읽다가 그야말로 초등학교도 아니고 국민학교 시절에 교과서에 나왔던 동시가 나를 그 먼 추억 속으로 떠나게 한다.

윤석중의 꽃밭이다.

"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 (p. 204)

어린 날, 이런 추억은 누구나 다 있으시죠?

백영옥스러움이 느껴지는 산문집, 힘들고 쓰러질 듯한 청춘들에게 자신들 나름대로 그 시기를 이겨 나간다면, "곧, 어른의 시간이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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