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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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데보라 하일리그먼'의 <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었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약 650통이 남아 있으니, 빈센트의 삶과 작품 활동 그리고 그의 마음 속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조명할 수 있다.

그런 편지들을 중심으로 쓴 <빈센트 그리고 테오>는 빈센트와 그의 조력자였던 동생 테오의 삶과 예술을 담은 평전이다.

이번에 읽게 된 <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정여울 작가가 지난 10년 동안 빈센트의 아주 작은 흔적이 있는 곳까지도 빠짐없이 찾아 다니면서 빈센트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한 에세이다.

<지난 10년간 알 수 없는 열정으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빈센트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이 책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썼다. 저자는 말한다. "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심리학'과 '내가 걸어온 문학의 발자취', 그리고 '내가 떠나온 모든 여행'이 만나는 가슴 떨리는 접점이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 나는 빈센트의 그림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빈센트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학적 몸부림이자, 자신의 삶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아름답고 치열하게 가꾸는 강렬한 의지였다고 믿는다. " (p. 7)

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에 한 작품 정도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해바라기>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중적인 화가인 빈센트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37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800점 이상의 유화, 1,000점이 넘는 드로잉이 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생전에 그가 판 작품은 단 한 점 밖에 안된다.

빈센트의 화폭 속에 나타나는 강렬한 붓터치와 화폭에 두텁게 발라지는 거친 붓자국은 '임파스토 시법'으로 그의 내면을 표현한 듯하여 인상적이지만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화풍이다.

그의 사후에 테오의 아내인 요하나와 그의 아들에 의해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많은 작품들이 기증되어 우리는 그의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미술관 등에도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뉴욕 모마 미술관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났을 때는 한참을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아이리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등을 보면서 빈센트의 작품에 푹 빠지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여울은 빈센트의 발자취를 찾아서 10년을 돌아다녔다니, 그만큼 빈센트의 작품은 한 번 접하게 되면 마음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빈센트는 화가의 길을 처음 걸을 때는 밀레의 작품을 따라 그리기도 했지만 그의 정신적 지주는 아무래도 '몽티셀리'라 할 수 있다. 빈센트의 화풍인 강력한 붓터치와 자유롭게 덧칠하여 새로운 색채 대비를 이끌어 내는 스타일은 그에게서 본받은 것이다.

특히, 빈센트의 작품에는 자화상이 많다. 그 이유는 모델을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델을 구할 수 있는 돈도 부족했지만, 모델들이 빈센트의 요구에 따라 줄만큼 부담없는 모델이 없었다.

그는 자화상을 통해 육안으로 보이는 세계가 아닌 마음 깊은 데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과 열망을 그리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친근한 이웃인 우체부, 그의 가족들, 진료 의사 등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빈센트는 졸라, 셰익스피어, 디킨스를 비롯한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 어릴 때부터의 독서습관이었고,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빈센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동생 테오이다. 빈센트의 부모는 완강하고 엄격하여 빈센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테오만은 형의 작품세계는 물론, 광기어린 집념과 열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준데르트에는 빈센트와 테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형제애가 돋보이는 동상이 아닐까....

졍여울은 책 속에 빈센트의 작품을 많이 담아 놓았다. 해바라기 하면 어떤 한 작품이 아닌 몇 작품을 비교할 수 있게, 자화상의 경우에도 몇 작품을 함께 담아 놓았다.

빈센트의 작품 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는 해골>등도 소개된다.

정여울은 빈센트를 사랑하는 이유를 에필로그를 통해서 말한다.

" '너는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 그것이 빈센트의 간절함이었다. 나는 빈센트의 그림을 볼 때마다. '당신이 그린 그림은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눈부신 젊은이를 본다. '너는 절대 안 된다'는 세상의 벽을 향해 매일 지칠 줄도 모르고 온 힘을 다해 간절하게 노크를 하던 빈센트의 의지가 눈부신 해바라기로, 밤하늘에 빛나는 별로, 타오르는 듯한 꽃과 의자, 사람의 얼굴과 감자 먹는 사람들의 그늘진 얼굴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나는 빈센트의 편지를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지지 않을 용기, 바로 그 간절함이 내가 여전히 빈센트를 사랑하는 이유임을. " (에필로그 에서)

그동안 정여울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를 재조명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여울을 통해서 빈센트 반 고흐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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