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쇄 기념 에디션)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언젠가부터 말이란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누군가는 위안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글은 조사 하나때문에 다른 의미의 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과 글에는 온도가 있다. 되도록이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를 가져다 주는 말과 글을 쓰면 솧겠다.

이기주 작가의 글은 이번에 처음 읽는다. 워낙 잘 알려진 작가이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읽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가는 글들이었다.

"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책의 내용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말(言) : 마음에 새기는 것

글(文) : 지지 않는 꽃

행 (行) : 살아 있다는 증거

이 책의 내용이 일반적인 에세이와 다른 점은 작가 나름대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말과 글에 대한 의미, 어떤 단어에 대한 어원이나 유래 등에 대해서 알려준다.

"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 (p. 115)

"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 소중한 것일수록" (p. 205)

" 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 (p. 249)

" 어쩌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인지 모른다. 그래서 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비행기보다는 열차에 몸을 싣는 편이다. 기차를 타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찬찬히 용서할 수 있다. 이동의 과정을 음미하면서 멀어지는 것과 가까워지는 것을, 길과 산과 들판이 내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어디 여행뿐이랴. 인간의 감정이 그렇고 관계가 그러한 듯하다. 돌이켜보면 날 누군가에게 데려간 것ㄷ, 언제나 도착이 아닌 과정이었다. 스침과 흩어짐이 날 그 사람에게 안내했던 것 같다. " (p. 251)

"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 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하다."  (p.259)

<언어의 온도>는 112*184*30mm, 308쪽의 작은 사이즈의 얇은 책이다. 읽기 시작하면 한 권의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읽은 후에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내 말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필부필부로 살 수도 있었는데, 내가 해 준 말때문에 대학교에 진학하고 유학을 가고 대학 교수가 된 제자의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평범하게 농사를 짓고 사는 편이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 그 학생이 유학을 떠나면서 집에 찾아 와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과연 그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언어는 과연 몇 도 일까?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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