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에서는 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미술에 관련된 내용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의 장르는 스릴러 소설이기 때문에 얽힌
끈을 풀듯이 사건을 찾아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전의 소설들에서 반전의 반전이 이루어지던 이야기 보다는 <파리의 아파트>에서는 큰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이전의 작품들에서 허를 찌르는 반전이 두드러졌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파리의 아파트, 그 아파트는 천재 화가인 숀 로렌츠가 살던 집이다. 그는 뉴욕의 뒷골목에서 <불꽃
제조자들>로 활동하던 그래피티 화가였다. 뉴욕을 떠나 파리로 오게 된 후에 유명 화가가 된다. <불꽃 제조자들>의 멤버이면서 숀
로렌츠를 좋아했던 베아트리스는 뉴욕 전시회에 초대된 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그의 아내와 아들인 줄리안을 납치한다.
아내는 온 몬에 상처를 입고 살아나지만 아들인 줄리안은 베아트리스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다. 베아트리스 역시 달리는 기차에 뛰어 들어 죽게
되는데....
숀은 아들이 줄리안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것에 아들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찾아 나선다. 그런 와중에 뉴욕 한복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1년 후에, 숀이 살았던 파리의 아파트에 머물기 위해서 전직 형사였던 매들린과 극작가인 가스파르가 온다. 그들은 부동산 임대회사의
전산착오로 뜻하지 않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숀의 상속자인 베르나르는 숀이 죽기 직전에 그린 그림을 찾아 주기를 원하는데...
매들린과 가스파르는 아파트에서 숀 로렌츠의 가족 사진과 신문 스크랩 등을 보다가 줄리안의 납치사건을 알게 된다.
숀이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 그려진 벽화에서 힌트를 얻어 숀이 마지막으로 그린 3점의 그림을 찾아내는데, 그림의 덧칠 속에는 형광색으로
'줄리안은 살아 있다. 줄리안은 살아 있다. ...' 라는 글귀를 보게 된다.
여기에서 단서를 찾아 줄리안이 납치된 뉴욕, 숀 로렌츠가 죽은 뉴욕, 그곳으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 떠난다.
소설은 아주 짧은 시간인 12월 20일부터 12월 25일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5년 후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데, 소설의 배경 도시는 뉴욕,
파리, 마드리드, 그리고 뉴욕으로 이동한다.
줄리안을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극작가 가스파르는 인간과 세상을 혐오하며 살아 왔는데, 줄리안의 납치사건에 매들린보다 앞장서서 찾아
다닌다.
강력계 형사였던 매들린 보다 더 열성적으로....
그건 그에겐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의 슬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매들린 역시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으로 인하여 절망감을 느꼈고, 인공수정을 원하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자신의 아들도 아닌 줄리안을 찾기 위한 가스파르의 모습에서 숀 로렌츠가 살아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아이를 원하는 매들린의 모습에서 줄리안을 함께 찾으려는 모성애를 느끼게 된다.
결국, 이 소설에서도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이런 행동은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학대, 가정폭력, 어머니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나타난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떠날 수 밖에 없어던 이유, 그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두 얼굴의 인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숀 로렌츠가 아들인 줄리안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매들린과 가스파르는 줄리안을 찾을 수 있을까?
아들을 찾으려는 간절한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을 그대로 닮은 미래의 아버지.
어린시절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마왕이 된 연쇄 살인범.
이를 둘러싼 퍼즐이 하나 하나 벗겨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세상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음을, 누군가의 사랑이 세상을 밝게 비쳐 준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