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세 돌 아이의 손을 잡고 지구 곳곳을 여행하는 그녀에게 쏟아지는 질문 중에,
'아이가 어려서 여행을 기억을 하기나 할까요?'라는 질문인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여행에 대한 기억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행이란
강도 높은 체험이기 때문에 여행 중에서 얻게 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는 평생을 관통한다고.
그래서 저자는 이후에도 아들과 함께 요르단, 필리핀,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칠레, 볼리비아 등의 남미을 여행한다.
이렇게 여행 후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는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사람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 스타일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주로 제3세계를 여행하는데, 자신이 여행했던 곳에 청소년 도서관을 짓고 그곳에 독자들과 책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의 목적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행자이다.

저자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많은 학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중빈이는 학교에 안 다닐까?'
'10살 아이가 학교를 안 가고 몇 개월씩 여행이라니..."
물론, 중빈이는 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학교 교육만이 교육이 아님을 엄마와 아들을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나름대로의 여행을 통해서 제3세계와의 소통과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내 눈 앞의 한 사람>은 <사랑 바보>의 개정판이다. <사랑 바보>의 첫 원고는 저자
나이 서른 다섯에 썼고, 개정판인 < 내 눈앞의 한 사랑>은 저자 나이 마흔 여덟에 나온 책이다.
3살이던 중빈이는 이제 고등학생이니.... 세월은 흘렀지만 오소희의 여행은 끝날 줄 모르고, 제3세계를 위한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개정판인 <내 눈앞의 한 사람>에서는 <사랑 바보>에 실렸던 이야기와 몇 편의 새로운 이야기로 스물 세 편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13년 이란 세월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 사랑의 기준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사랑도 세월에 따라서 변화할 수도 있고, 변함없이 한 마음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연륜에 따라서 사랑을 대하는 마음이 유연해진다고
할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오소희의 여행은 사람 여행이다. 길 위에서 마주친 수많은 만남들.
거기에서 깨달은 생각들. 차마 헤어지기 싫은 사람들과의 이별 이야기.
책 속에 실린 이야기들은 저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다.

" 남편, 연인, 자식...
그런 대상이나 조건보다 더 중요했던 건
사랑을 잘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구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내 사랑에 겸허히 적용하는 것이었다. "
(p.7)

아시아, 유럽, 남미 등을 여행하면서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 그 인연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감동을 주지만 칠레 아타카마에서 만난 16살에 엄마가 된 에이즈 환자인 사이카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남미와 아시아 곳곳에 퍼져 있는 소녀 엄마들....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음성 할머니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하얀 붕대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하얀 붕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듯. 그리고 할아버지가 일어서서 두 발자국을 걷자, 옆에 있던 지인에게 그 행동에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2년, 730일 동안 마치 어제인 듯, 할아버지 회복에 지극정성인 할머니, 작은 행동처럼 느껴지지만, 2년의 병간호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텐데...
작은 행동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

브라질 리우에서 만난 밥, 아버지로 인하여 만점을 받고, 학비까지 준다는 학교를 다니지 못한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등지고 고향을 떠난다. 훗날 밥이 아버지가 되고, 손자를 아버지에게 보여 드리러 고향을 찾지만, 변함없는 행동의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인연의 끈을 끊는다.
깊은 상처를 받은 그는 몇 번의 이혼을 하게 되는데, 말루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마지막 사랑은 완성된다.
누군가로 부터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 그 치유는 그리 쉽지 않지만 밥은 사랑으로 그걸 극복하게 되니,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길 위에서 언제나 다시 깨닫는 것.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 없다. 풍경 안에
놓인 작은 고양이 하나, 깨어진 장독 하나, 취해 넘어진 이 하나, 함부로 스쳐가도 좋은 것은 없다. 모두가 진한 사연의 귀한 주인공들이다. "
(p. 177)
세계 곳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 눈앞의 한 사람. 스쳐가는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오는 사람. 내 눈
앞의 한 사람~~~
그 사람과의 인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의 깨달음. 그걸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