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동물원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 SF 블랙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 츠츠이 야스타카가 선사하는 세상 비틀기.
 

  <최후의 끽연자>를 통해 츠츠이 야스타카의 SF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재미있고, 시간과 공간을 비틀면서, 지금 사회의 문제점을 웃음으로 고발하는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헐리웃 헐리웃>까지 이제까지 3편의 소설을 만났다. 네 번째 만나는 <인간 동물원>은 40년 이전에 쓴 1969년 일본에 출간된 작품이다. 4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현재에도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사회를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문제점이 지금 현재 사회에도 유효하다. 로봇이 집안일과 생활속에 조금씩 침투하고 있고, 정신분석과 장기이식 등의 문제점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현재의 세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 心理學 * 社怪學

 
  이 작품의 일본어판 제목은 <心理學 * 社怪學>이다.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심리와 괴이한 사회라는 단어에서 현대인의 내면의식과 사회현상에 대한 풍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나르시시즘>, <욕구불만>, <우월감>, <사디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최면암시>라는 제목들에서 마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이전에는 순결을 중요시하지만, 결혼 이후에는 성적 능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지와 사회의 시선을 비꼬는 <욕구불만>,  주택단지 사는 가구와 아파트 단지 사는 가구의 대립을 풍자한 <우월감>,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모형 로봇이 나타났을 때의 자신의 단점을 부정하는 모습과 지나치게 인간를 닮아버린 기계와 기계와 인간을 착각해버려 생기는 에피소드가 담긴 <사디즘>, 정신분석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번 더 웃음을 선사해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쉽게 걸리는 최면에 공간을 이탈해버리는 <최면암시> 등 작은 상상력 하나만으로 재미있게 일상을 비틀어 내는 작가의 글솜씨에 반해버렸다.   

  후반부에는 실제 일본 대학에서 투쟁했던 전공투와 제도에 노예가 되어버린 세태를 고발한 <원시공산제>, 총리, 부총리, 장관등이 사고를 당해 동물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의 모습을 그린 의회제 민주주의, 매스미디어에 의해 좌우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매스 커뮤니케이션>, 기차에서 오물을 투거와 개인의 권리에 관한 <근대도시>, 지하 20층 넘게 살고있는데, 공사가 진행중이여서 집이 굴삭기에 밀릴 위험에 처한 <미래도시>, 개의 심장, 말의 간, 돼지의 위장을 이식하고 본능을 억제하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조건반사> 등 기발한 상상력 속에서 현재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들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SF 소설로 상상력과 재미가 가미된 글을 읽으며, 즐거움과 함께 현대 사회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하고 무기력한 일상에서 작은 활력소를 얻기위해 책을 읽었는데, 덤으로 지금 사회가 걸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로봇이 개발되고, 편리한 생활이 진행되더라도 인간의 인격과 심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자위, 순결, 불륜, 살인 등 거침없는 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블랙유머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에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생각한다. 블랙유머를 좋아하거나, 문학에서의 표현에 관대한 사람이라면 즐겁게 소설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고전의 매력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문제의식이라 생각한다. 고전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재미로 읽는 시간을 지겹게 만들지 않고, 읽은 후에 곰곰히 책의 내용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두 가지 기준에 만족하는 책을 만났다. 여운이 길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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