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 당신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 한 편..

 

   잊지 못할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에는 주춤하지만,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말해보는 일은 전자보다 쉽게 느껴진다. 책 읽는 풍조가 영화관람보다 뜨겁지 않은 현실의 탓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일은 책을 한 권 읽어내는 일보다 더 쉽게 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잊혔던 감정을 떠올리고,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5편의 이야기로 가네시로 가즈키는 돌아왔다. 2년 반 만의 기다림, 한 편의 대작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해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대작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었을 때 느끼는 희열만큼, 주옥같은 명작들과 함께, 잊고 지냈던 풍경, 마음들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 감동을 통해 생을 변화시켰던 이야기가 퍼즐처럼 잘 맞춰어진 소설.

 
  출간된 소설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오래전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나는 그녀를 통해 어렸을 적 함께 영화를 보았던 용일의 존재를 떠올린다.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는 30분동안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했던 그와의 추억, 재일조선인이었던 둘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 나의 결심으로 재일고등학교를 가면서 서로 만날기회가 멀어지지만, 나는 용일이 이야기 해준 시나리오와 함께 보았던 영화를 통해 소설을 쓰게 되고, 용일은 함께 보자고 제안했던 구민회관에서 상영했던 <로마의 휴일>을 통해 사채업자의 빚쟁이 노릇을 하는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태양은 가득히>편에서 나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소설가 지망생인 나는 샐러리맨의 삶에서 소설가로 전업하게 되고, 어두운 일을 하던 용일은 목장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재일조선인으로 민족학교에서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 등의 사회적인 모습까지 소설을 통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정무문>에서는 제약 회사의 약품의 부작용 사건으로 자살을 결심한 남편을 목격한 부인이 영화가게에서 만난 비디오 직원과의 인연을 통해, 제약회사와 싸울 용기와 자신의 눈에 아른거리는 자살한 남편의 모습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연체된 비디오를 반납하면서 만나게 된 비디오 직원 나루미군이 매번 권하는 영화를 통해 삶의 의욕을 찾아가는 과정과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3년의 공을 들인 나루미군의 서툰 영화를 통해 꿈을 향해 도전해가는 나루미 군의 모습과 영화를 통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는 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이야기 <프랭크와 자니>에서는 학교 공사의 석면피해로 협상하는 아버지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하게 되는 이시오카와 살인자가 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기분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으로 친해지게 된 두 사람은, 두 번째 이야기의 약품의 부작용을 방치하고 뇌물로 관리를 매수했다는 혐의의 피의자 보석을 준비하는 아버지와 보석금을 강탈해서 도망치려는 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이 이혼 위기인 초등학교 3학년생인 유가 검은색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나미 아줌마와 만나 힘겨움과 괴로움을 울음으로 이겨내는 이야기와 10년 전 신약 실험에서 탈주한 동남아시아 모자를 쫓는 야쿠자의 모습을 만난 그녀가 남편과 자식을 잃고, 복수를 하는 과정이 맞물려서 전개된다. 유가 나미 아줌마와 함께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의 사별 1주변 이후 실의에 빠진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가 함께 처음 보았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과 할머니의 미소를 보이기 위해 손자, 손녀들이 뭉치는 이야기, 로마의 휴일 필름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중, 연구실 조교와 빠지는 로맨스까지, 가장 분량도 길고, 영화제작 홍보에 관한 부분까지 언급되어 있다.

  각 단편마다 짜임새를 가지고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면서, 5편마다 조금씩 겹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두 8월 31일 열린 <로마의 휴일>과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연작소설은 아니지만, 조금씩 연계를 짓는 모습에서 가네시로 가즈키 특유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그 악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부분이 빠지지 않는 작풍 역시 여전했다. 전작 <연애소설>에서 느꼈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프랭크와 자니>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고, <태양은 가득히>에서 용일과 내가 치고박고 싸우면서 친해지는 모습이나,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담임 선생님으로 알게 된 이후 가까워 질 기회를 잃은 부분에서는 <GO>에서의 우정의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힘들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건 가네시로 가즈키 특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무거운 현실의 벽과 절망, 그리고 재미까지 여러가지 감정의 선을 읽어내면서 마음 속의 잊고 지냈던 감정을 떠올 릴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 한 사람이 집필 가능한 책 VS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화

 

  출판사라 직원과 인쇄소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책은 한 명의 작가의 손에 의해 글이 쓰여진다. 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부터 조명 감독, 미술, 흠향 등등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영화가 만들어지고 편집과 홍보 등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한 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만큼, 한 편의 영화의 제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영화의 목록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가장 크게 작품을 구성하는데 힘이 되었던 6편의 영화 중에서 내가 읽은 영화는 3편 밖에 되지 않았다. 들어봤지만, 보지 못한 영화들.. 많은 베스트셀러와 소개를 통해 제목과 요약된 내용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읽어보지 않으면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살아가면서 읽어봐야 할 영화의 추천목록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책도 읽고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이다. 오드리 햅번의 주연과 흑백영화인 것만 알고 있는 <로마의 휴일>을 찾아 관람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봐야 겠다. 줄거리 연기만 보는 것이 아닌, 영화를 찍기위해 보여지는 스텝들의 모습과 그 영화를 통해 변화된 삶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건 살아가면서 조금씩 해야 완성해야 할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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