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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빽빽한 일상에 지쳐있다면, 호어스트를 만나보세요.
쳇바퀴 처럼 도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 새 밤이 되어버린다. 하는 건 없는데 시간은 바삐 돌아가고, 내 안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면 게으름의 대가 호어스트를 만나보길 권한다.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과도 같다"는 신념을 굳게 믿은 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목록을 적는데 4시간을 소비하는 게으름 피우는데 달인, 호어스트의 좌충우돌 하루 보내기를 보며 웃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가슴속에 스며든다.
# 낭독의 힘! 단편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TV 모 프로그램에서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다. 방송인들이 나와 책의 좋은 구절을 읽고 그 낭독의 소리를 들는 시간이었는데 독특하게 다가왔다. 서양에서는 이런 낭독회가 한국보다 더 자연스러운가 보다. 이 책에 실린 텍스트들은 저자가 1990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 공연장에서 낭독했던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다. 낭독을 목적으로 기획한 텍스트답게, 소리내어 읽었을 때 글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여러 작품들에은 각각 독창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만, 그 안에 담긴 호어스트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게으름의 미학을 꿈꾸는 실수만발, 우왕좌왕하는 호어스트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 평범한 일상속의 작은 에피소드. 작지만 큰 공감의 힘!
백수이자 젋은 여자를 좋아하고, 게으름뱅이인 호어스트가 일상에서 벌이는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큰 공감의 힘이 서려있다. 버스 안, 집안,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등은 쉽게 일어나기는 힘들지만,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의 독일인의 생각과 문화를 엿볼 수도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직장인은 언제나 금요일을 꿈꾼다.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다. 금요일이 아니지만 금요일처럼 살기를 꿈꾸는 호어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덤으로 엿볼 수 있는 통일이후 독일의 모습, 독일인의 유머와 그들의 문화적 틈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었던 건 가독력 강하게 글을 구성하는 작가의 힘이라 생각한다. 독일인에게 낭독하는 것을 목적으로 글이 만들어졌기에 독일인의 TV 프로그램, 주변의 환경 등의 독일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소한 단어를 극복하는 건 독자의 숙제이다. 그 부분을 극복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만큼 진이 빠져있을 때,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호어스트의 머리 속 소뇌에서 벌어지는 '호어스트, 정신차려'팀과 '맥빠져'팀의 좌충우돌 경기는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 머리속에 일어나는 귀찮음과 그렇지 않으려는 마음의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읽다보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