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운 서른 - 흘러가다 잠시 멈추는 시간,서른
김종길 외 지음 / 버티고 / 2008년 5월
평점 :
# 들뜬 마음과 차분한 마음의 경계가 되는 나이! 서른.
20대의 청춘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분하다. 세상에 대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 역시 크다. 기분의 변화의 폭도 넓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20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능성의 시대라 생각한다. 40대는 개인의 완성의 시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신이 도전했던 일의 결과가 이루어지거나 결과를 볼 수 있는 때라 생각한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들뜬 마음과 이제 어느정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나이 마흔, 그 사이에 30대! 서른이 존재한다.
설운 서른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뜨거운 마음으로 벅찼던 20대는 이미 지나왔다. 뭔가 결과가 보이지 않는 30대의 서글픈 마음이 '설운' 이라는 단어가 잘 표현하고 있다. 두 손을 모아 눈으로 가린 시집의 표지처럼, 즐거운 마음보다는 아련한 마음이 더욱 마음에 감싸는 나이 서른! 그 서른과 관련된 마음과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이 만들어졌다. 머나먼 인생의 반환점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 잠깐 시집을 보며, 마음과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믿는다.
#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들.
서른 고개를 넘으면 / 더 넓은 땅이 보이리라 생각했다 /
아니 최소한 가로막힌 언덕이라도 / 명료해지길 기대했다 /
손현철, <서른 고개 - 95년 7월, 만 서른이 되다>
나이를 먹는 건 /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
강윤후, <서울>
보이지 않는 뭔가가 확연하게 보일 것 같은 나이 서른, 명료함을 기대하지만 막상 닿아보면 다시 고민의 연속이다.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들로 마음의 불안감과 서러움을 달래다 보면, 조금 더 일상과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50편의 각양각색의 시들을 읽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끄는 시를 하나 만나게 될 것이다. 가로쓰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조금 느리지만 여유롭게 시를 음미하기를 바래 적용한 세로쓰기 꽃길체와 함께 천천히 시 한 편을 음미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면 쳇바퀴처럼 조여오는 일상의 늪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
살아, /
기다리는 것이다, /
다만 무참히 꺽여지기 위하여.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무의미한 삶의 좌절과 서글픔이 가득 찬 설움을 시로 씻어내고 나면, 좀 더 하루를 살아볼 용기를 내게 된다. 시를 읽는 시간들은 내게 마음 속 응어리를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자주 보진 못하겠지만, 곁에 두고 마음 속 비상구로 삼고 싶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