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코 샤넬.


  명품이 되어버린 샤넬 모자와 향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마릴린 먼로가 잠들기 전 유일하게 걸쳤다는 이야기와 기능을 중시했던 모자와 의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숨겨진 뒷 모습을 본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사후 20년 뒤인 1995년 독일군의 장교와 사랑에 빠지면서 첩보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코르셋으로 꽉 조여진 여성복에서 간소하고 단순미가 넘치는 여성복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는 그녀, 샤넬 코코. 12살 때 어머니를 잃고,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했던 그녀의 삶이 한 권의 책에 잘 담겨있다.


# 패션디자이너 이전에 가수를 꿈꾸었던 그녀.


  지체 높은 집안이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코코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본명의 가브리엘 샤넬이고, 코코라는 이름은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일자리를 얻게 된 가수 생활에서 불렀던 노래를 통해 얻게 되었다. 평생을 한 곳에 안주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답답한 수녀원 생활에서 늘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녀의 욕망과, 에티엔이라는 청년을 통해 승마를 배우고 기수까지 하게 되는 과정에서 성공을 향한 그녀의 욕망과 끊임없이 일을 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카펠과 사랑을 나눴지만, 성공을 위해 그녀와 결혼 할 맘이 없었던 사실을 이해하고, 오랜 시간 연인으로 지냈으며, 그가 빌려준 자금으로 모자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꾸준한 성공을 거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저 돈을 많이 벌었다면, 성공한 장인으로 끝났을 테지만,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는 점이었다.  디아길레프, 니진스키, 스트라빈스키, 콕토 등의 예술가 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위해 큰 돈을 아끼지 않고 후원했던 점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점이라 생각한다. 연극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알콜중독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요양원의 삶을 지원했던 그녀의 배려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었던 코코 샤넬의 모습에 두 가지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던 여성과 늘 혼자서 외롭게 결정하고 사랑을 그리워했던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당당하게 모든 걸 결정했지만 늘 끊이지 않게 연인을 찾았던 모습에서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탔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외로움을 예술에 대한 후원으로 잘 승화시킨 점이 놀랍다.

  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도, 파업을 일으킨 곤경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기다렸다가 15년 만에 71살의 나이로 화려하게 컴백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초기의 성공은 유럽에서 거두었지만, 15년 뒤에 재기는 미국에서 기능성을 맞추어 화려하게 성공한 그녀의 모습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 라디오 스타를 보는 듯 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다던 책의 목차와 잘 어울리면서 단호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을 전기 작가 앙리 지델이 깔끔한 문체로 잘 드러내고 있다.

# 샤넬과 함께 그녀의 시대를 읽다.

  샤넬이 가수로 활동했을 시대에는 풍만한 여인이 인기였다고 한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풍만하고 넉넉한 여성이 인기였다는 건 지금의 마른 미인을 원하는 시대와 생각할 때 거리감도 느껴진다. 시대를 앞서가면서, 시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그녀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마르고 빈약한 가슴인 자신의 체형이 시대의 유행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꾸어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렸던 샤넬 코코, 그녀의 전기를 읽으며, 1900년대의 시대의 유행과 흐름을 알 수 있는 건 책을 읽는 덤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패션 디자이너라서, 나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신념이 강했던 강인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 한 여인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랐다. 많은 걸 가졌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오래도록 사는 일은 갖지 못했던 그녀,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지원했던 그녀 덕분에 많은 예술작품들이 성황리에 공연하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샤넬 코코,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수도원에서 생활했던 간소하고 기능적인 고전미를 잘 살려냈던 그녀, 투피스를 도입했던 그녀 덕에 여성의 옷차림도 좀 더 편해졌다 믿는다. 그냥 시대의 아이콘으로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살아숨쉬는 인물로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에 만났던 코코 샤넬과의 만남, 예상치 못한 시원한 바람을 만난 느낌이다.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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