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그림을 보는 새로운 방법. 마음을 담아 말하기.
 

  어렸을 때 미술에 재능이 없음을 깨달은 후, 그림은 가까이 하기에 먼 대상이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지인이 아니었으면, 미술관에 가는 일도 용기를 내지 못했겠지만, 그이 덕에 조금씩 그림에 대한 울렁증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그림을 볼 때 화가의 이름과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을 이야기 할지 많이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림에 마음을 담아 보는 일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림에 마음을 놓는다'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았다.

  사랑의 설렘, 질투의 마음, 자꾸만 무너질 것 같은 인생의 불안감 등을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글로 전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다. 책장이 넘어갈 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미술에 대한 지식과 솔직함이 드러난 체험이 곁드린 이야기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힘들어하는 친구나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그림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 사랑, 관계, 자아에 관한 그림과 이야기들..
 

  크게 세 장으로 나뉘어 사랑과 관계, 자아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 전부라고 믿는 이에게는 오귀스트 로댕의 <입맞춤>이라는 작품과 사랑에 모든 걸 걸었지만, 끝이 아름답지 않았던 로댕과 클로델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해결책으로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 저녁>이라는 작품을 제시하며, 약간의 간격을 두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이도 가끔은 거리를 두고 서로를 낯설게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는다. 이외에도 자기애, 배신, 숨막히는 사랑, 슬픔, 열정에 관한 사랑에 관한 주제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고백과 용서 등을 그림과 함께 자연스럽게 제시해 준다.

  사랑을 한다면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마그리트의 <연인>의 그림은 한 사람만 바라보는 모습이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그 상대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르누아르의 <특석>을 보여주며, 지키고 싶은 사랑을 위해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놓자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그림과 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 한 장의 그림과 글이 퍼즐의 조각처럼 잘 어우러지는 건, 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 모두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경험과 재능이 함께 배어나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먼저 인생의 경험을 겪은 친근한 누나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권위가 없고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글에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 자신의 경험이 들어간 솔직함과 해박한 지식의 절묘한 만남.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만 있었다면, 문외한인 나의 가슴에 와 닿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의 힘든 고백을 들어주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 낯선 이국의 땅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데 서툴렀던 대인기피증,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과 영화 등이 이야기의 서두에 솔직함으로 들어서 긴장감으로 가득찬 마음을 풀리게 했다.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을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렵지 않게, "나두 그때 그랬었어"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버린다. 참는 법에 익숙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서툰 작가처럼, 나 역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못했기에 더욱 더 공감하고 즐겁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백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라는 부제목 처럼, 힘들게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 때, 그림을 살짝 보여주면서, 이 작가는 이런 기분일 때 이런 그림이 생각났었데, 하는 식으로 마음을 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마음이 힘들때 마음을 그대로 표현 해 줄 수 있는 그림을 제시했을 때, 살며시 마음을 안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친구를 만나기도, 만들기도 힘들지만, 당분간은 이 책이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작은 열쇠가 되어 줄 것 같다.

  그림을 좋아하는 지인과 답답한 일상에 힘겨워하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도,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어렵지 않게 그림을 접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하나의 열쇠가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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