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이수광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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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탄치 않은 사건들. 하지만 그의 치세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현재 발행되는 화폐 중 가장 고액의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 성리학 근본인 사회에 천대받기 쉬었던 과학과 풍수학, 아악과 한글창제까지 많은 업적과 결과를 이룩하였다. 아버지인 태종이 벌인 1,2차 왕자의 난, 선양이라는 왕위를 넘김으로써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세력을 없애버리는, 자신의 처남들까지 죽음으로 보낸 무서운 태종 아래에서 4년의 상왕정치를 하고, 권력을 잡게 된다. 화려하고 행복하기만 한 업적 등 뒤에 숨은 고질적인 질병, 많은 사건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치세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 사건, 인물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종의 시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 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으로 유명한 저자의 필력에 걸맞게, 세종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 시대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사건을 작은 주제로 담아 이야기가 펼쳐진다. 31개의 작은 소테마로 읽을 수 있는 세종 대왕의 모습에서 첫번째로 느낄 수 있는 건, 격변의 시기를 잘 겪어 냈다는 점이다. 형의 폐서자, 아버지들의 골육상쟁의 난, 외숙부의 죽음 등의 권력의 비정한 모습을 겪어냈음에도,  자신이 왕이 될 순서가 아님에도 그는 끊임없이 인내하고 인내해서 마침내 왕위를 얻게 된다.


  왕이 되고 난후 사화가 한 번도 없었던 점과 어떤 사건이던지 왕의 독단으로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하와 토론하고 이야기하면서 논쟁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해낸 점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 하면 도지사인 관찰사의 임명을 서울에 있는 양반들은 싫어했다고 한다. 유배의 형벌처럼, 권력에서 멀어지곤 해서 기피했었고, 3년의 짧은 임기는  잠시 여행다녀오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해도 지방에서 오래 활동하는 관리들에 의해 결국 일들이 처리되는 악습이 나오자, 세종은 7년으로 장기간으로 늘리려 한다. 대신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유교의 논리와 많은 토론을 통해서 결국 임기를 늘리는데 성공한다. 자신이 생각한 뜻은 굳게 먹고, 일방통행이 아닌, 토론을 통해서, 생각의 변화를 끌어내어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모습이 인상깊었다. 책에 등장하는 한글 창제에 얽힌 일화등을 통해서도 그와 같은 모습을 다시 엿볼 수 있었다.


# 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각자 재능을 가진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했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의 모습도 보여준다. 악덕고리대금 업자 유정현, 개인적 흠결이 있었던 변계량과 권채 등도 공적인 업무에 자질이 있고, 공사를 잘 구분했다면 주저치 않고 크게 등용하였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박연과 과학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킨 장영실을 신뢰하고 지원해준 점도 그의 큰 안목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가독서제인 자질있는 관리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집현전을 다시 세우고, 집현전 관리들을 크게 등용했던 점도  세종의 탁월한 업적이라 생각한다. 책에서는 집현전의 학자 중 세종이 총애했던 관리와 문종의 아들인 단종과 수양대군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 속에 집현전의 인물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사육신들의 행적에 대해 짧게 기술함으로써 세종 이전 태종부터 단종때까지 세종이 어떤 영향을 받고, 그 결과 다음 대에 어떻게 전해졌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 태평성대라고 하지만...

   태평성대를 만든 세종이라 하여 범죄도 없고, 큰 사건도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알려준다. 사대부와 천민이 사건을 일으켰을 때, 사대부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천민에게 사정이 없던, 천민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던 모습도 음부 유감동 사건과 궁녀의 탈옥과 천민들의 범죄에 대해서 사면권의 행사 유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백성 모두에게 관대했다기보다 자신이 이끌고 갈 세력들, 양반들에게 특히 관대했다고 해야 할까, 세종의 치세 당시에는 신분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눈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른 역사를 보는 관점은 아니다. 좀 더 나아진 법제도와 한글의 반포 등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벌어지는 사건과 스캔들은 여느 시대에나 사건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 태평성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이 이룩한 많은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당시의 천민이었던 장영실이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던 점은 천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재질과 끼를 잘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생각한다. 많은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날이 갈수록 온몸에 종기와 병들이 쌓여갔음에도, 국방의 안정과 한글 창제, 법률를 정비했기에 조선이 500년의 긴 역사를 끌어 올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생각한다.


  작년에 놓치지 않고 챙겨보았던 TV 드라마 <별순검>에 등장했던 <신주무원록>도 세종의 명에 의해 편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이를 검시하는 절차를 자세히 기술했던 책 덕에 억울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해소되었을까, 죄인이더라도 경중에 따라, 죄인의 감옥까지 섬세하게 배려했던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다.  좋은 제도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추리소설의 대가의 손에 펼쳐지는 심리 묘사는 조금 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세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30년 치세 중 가장 큰 흐름만 짚었지만, 다른 부분도 알고 싶어지도록 잘 구성된 책이였다. 세종의 시대 숲을 보았으니,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나무도 들여다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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