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12년만의 조우, 2년만의 재회, 그리고 종말..

   1920-30년대,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흑인 여성으로, 흑인과 결혼한 아이린 레드필드는 고급 호텔의 카페나 쇼핑을 할 때 백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을 이용할 때에만 패싱(백인 행세)을 한다. 어렸을 때의 친구인 클레어는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흑인으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백인인 고모들의 집에 살게 된 후 소식이 끊기기 된다. 헤어지고 12년만에, 둘은 백인들만 이용하는 드레이크 호텔에서 조우하게 된다. 간절한 클레어의 초청으로, 내키지 않지만 백인들만이 모여있는 파티에 가게된다. 파티 장소에서 남편 가족들 모두 자신이 흑인임을 알고, 결혼한 친구 거트루드를 만나게 되고, 패싱한 세 여인은 오랬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클레어가 흑인인줄 모르고, 흑인을 경멸하는 말을 하는 남편 잭을 만나게 되고, 모욕감에 아이린은 다시는 클레어를 보려 하지않기로 결심한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클레어는 아이린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이린은 그 편지를 무시하고 클레어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집에까지 찾아온 클레어는 그동안의 혼자만 겪어야 하는 외로움을 토로하게 되고, 안정을 추구했던 아이린은 클레어의 요구에 조금씩 끌려가게 된다. 흑인들의 행사에 주저없이 참여하며 흑인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클레어에게 아이린은 클레어의 딸 '마저리'를 이야기하며, 되돌아 올 수 없음을 강조한다.

  쇼핑을 하다 잭에게 패싱 행세를 한 것을 아이린은 들키게 되고, 흑인들의 행사에서 잭과 클레어는 마주치게 되는데...


# 사회적 굴레인 '인종',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생각해 보다.

   흑인 중산층이 어느정도 형성되고, 백인들의 삶을 따라하던 시기 백인의 행세를 하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그때의 패싱의 유혹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종'이라는 태생적인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문화가 오랜시간 지속되어 왔고, 그 뿌리에 종교가 깊숙이 관여되고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백인 행세를 하더라도, 결국 혼자서 생활해야 해서 느껴야 하는 외로움과 무력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경계를 넘지 않은 세계에서 더욱, 경계를 넘은 자에 대한 외면이 심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앵무새 죽이기'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관점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종'이라는 차이는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서면 '민족'이라는 틀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그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자식이고,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를 보는 세태에서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장벽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가독성이 높고, 생각할 고민거리가 많았던 책.

 
  조우, 재회, 종말로 이어지는 3부작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서로 다른 두 흑인 여성의 갈등과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안정 지향적이고 사회 순응적인 아이린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품성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클레어, 도덕적 잣대를 벗어나, 인종과 욕망, 갈망과 분열 등의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가 자신이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흑인과 백인 사이의 경계, 그리고 백인 행세를 통한 더 많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욕망에 대해서 자연스럽지만 마음에 깊이 각인되도록 잘 표현하였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깊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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