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읽는 법 이야기 - 법정에서 소크라테스와 공자를 만나다
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 법에 관한 15가지 재미난 이야기.

  
  우연한 기회에 판결문을 감리하는 알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판결문에 사용되는 용어는 쉽지 않다. 왜 판사들은 판결문에 한자와 어려운 용어들을 골라 쓰는걸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의사들이 처방전에 어려운 영어를 휘갈기듯, 환자들이 알지 못함을 통해 권위를 높위기 위함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로보캅을 통해 살펴보는 법치주의,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의 논쟁을 통해 살펴보는 법의 속성, 성경 속 카인의 살인을 통해 죄형법정주의를 살펴보고, 자연법과 삼권분립, 미국의 독립운동과 연방제 뒤의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변하지 않는 합리화와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편하지 않은 주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읽어보고 싶게 시작부분이 재미있게 쓰여있다. 법조항과 법의 원칙은 재미없지만, 책 속의 담긴 이야기와 의미는 재미있고 알차다.
 

# 딜레마로 발전하는 법과 법에 인간이 개입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들


  아버지가 할지라도 죄를 지었으면 신고를 해야 한다는 한비자의 이야기는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탈영병이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서 탈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효라 생각해 관직을 추천한 공자의 이야기는 덕치를 강조한다. 

  저자는 영화 '영웅'을 예로 들며, 자객이지만, 자신과 뜻을 같이 생각한 무명을 처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뇌하는 진시황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하들의 전하가 만든 법이므로, 법대로 처리해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한다.  결국 진시황은 처형을 결정한다. 그러면서 공자와 한비자가 주장했던 시대를 보여주며 둘 모두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했을 뿐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현대는 공자와 한비자가 조화를 이룬 시대라고 말하며, 한비자의 주장을 실현하지만, 자유심증주의, 양형조정제도, 민사상 화해제도 등 공자의 이념이 담겨있는 제도를 소개해 준다.
 

  정치와 권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법의 모습과 자본가들이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낸 법 뒤에 숨겨진 의미와 몽테스키가 고민한 귀족들의 특권보전의 산물이 삼권분립이라는 것, 미국 독립을 위해서는 직접 민주주의, 연방제를 채택할 때는 대의민주주의로 돌아선 기득권층의 행동들은 시대가 아무리 오래 흘러도 인간의 이기심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많은 모순들을 안고 있지만, 그 모순들을 통해 좀 더 완전해지는 법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법이 공정하더라도 법을 집행하고 해석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권력과 정치, 강한자 편에 서기 쉬운 법의 현실도 알 수 있었다.
 

# 세상에 공짜는 없다. 민중이 똑똑해져야 한다.

  <유전무죄, 유전무죄>, 돈이 없으면 이길 수 있는 재판도 승소하기 어렵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강자편에 가까운 법이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법에 대해 민감하고, 자신들이 피해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민중들은 법에 대해 잘 알기도 힘들뿐더라 관심이 없기에 법에 소외되고 한탄만 할 뿐 현실을 바꾸려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많은 이들이 법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똑똑해지고, 투쟁을 하지 않으면 법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위에 위협을 받기 이전까지는 절대 자신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놓치러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인 여성, 흑인 순으로 투표권을 얻어가고, 조금씩 평등해 지기 위해서 그들이 들인 피와 땀을 살펴보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지 않는 이들에게 권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 기득권을 가진 세력일수록 언론플레이와 여러가지 투쟁수단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 나가는 모습과 악법이지만 의회에서 잘 통과하는 이유도,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표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왜 국회의원만 되면,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지,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도자는 민중의 수준의 맞는 사람이 선출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도자가 시민을 비웃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평가하는 것을 잊지 않겠다. 변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정치불감증을 유도하는 권력층에 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화해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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