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 에쿠리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에세이에서 미리 만났던 <안녕 언젠가>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이란 책을 6개월 전에 읽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로 잘 알려진 에쿠리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글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에세이의 1장 '사랑과 고독 사이'의 마지막 파트에 안녕, 언젠가라는 주제로 두 저자가 이야기를 나눈다. '안녕 언젠가' 라는 시가 소개되고, 츠지 히토나리가 최근에 끝마친 소설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안녕 언젠가>라는 책이 한국에 출간되지 않았었다. 책의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시가 전해주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의 어떤 부분을 떠올릴 것인가를 묻는 질문의 여운은 잊혀지지 않았다. 

  올초에 인연을 맺게 된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며, 책의 내용을 간추려 이야기하며 오랜시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던 즐거운 추억을 가졌던 책이다. 연애에 대해 모르던 내가 꿈꾸는 사랑과 사랑을 경험한 소설가들이 느끼는 사랑, 지인들의 생각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이야기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즐거운 기분은 이른 아침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본에 출간된지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책이 출간되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는 시의 부분이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

  1975년 8월 하순. '히가시가이토 유타카'는 태국에서 '토우코'를 처음 만나게 된다. 미츠코와의 결혼을 알리는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을때만 해도 그는 토우코에 마음을 뺐기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이국에서 주말 오후 멋진 여성의 육탄공세에 한 번 무너진 후, 유타카는 4개월간 그녀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는 미츠코와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겠다는 유타카. 보수적이며 수동적인 미츠코와 적극적이며 매혹적인 유타카는 매우 달랐다. 다른 목적이 있어 그에게 접근한 그녀였지만, 그와 가까워지면서 사랑에 빠져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 역시 미츠코와 다른 매력과 그녀에게 빠져들고 만다. 사랑에 빠지면서 토유코 역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미츠코와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유타카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지고, 혼란한 마음은 육체적관계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 없는 육체관계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로에게 솔직해 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서로를 마음에 품은 채, 25년간 이별했던 그들은 유타카의 열과 성을 다한 노력으로 리셉션이라는 기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25년간 유타카를 마음에 놓지 않은 토우코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몇차례 토우코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오지만, 답장을 할 지못하는 유타카. 토우코의 생의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임종을 지켜주러 태국으로 다시 떠나고 그녀와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 지켜주지 못하는 사랑이 사랑일까?

   사랑은 혼자서 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둘이 함께 해서 얻는 기쁨일까?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츠지의 견해에 따르면, 유타카와 토우코는 세상이 허락되지 않게 서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짧은 만남이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는 걸까? 아직 나이가 어리고 둔해, 사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지켜주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게 책의 내용은 무거운 납처럼 다가왔다.

   사랑했던 그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타인의 일생을 힘겹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 중 아무것도 포기하는 못하는 마음은 셋 모두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박**의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생각났다. 사랑을 한다는 것, 마음이 빼았기는 것, 사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간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 중요한 건 사랑스런 그를 믿고,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마음과 주는 마음 모두 성실한 사람이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을 성실히 주다 보면,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주는 설레임과 기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것이 힘든 것보다 '소유와 믿음'의 문제에서, 떠나고 난 뒤의 '외로움, 상실감, 나를 잃어버리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힘들기에 사랑을 힘겨워 한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같을 거야'라는 생각은 상대의 표현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미리 상대의 행동을 자기식으로 해석해 버리고 만다. 성실하고, 차분한 대화를 꾸준히 진행할 수 없다면, 마지막엔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버텨야 하는 연애관계를 버티기에 가장 힘겨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사랑스런 그를 믿고,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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