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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고대풍속사 - 고대사를 이해하는 즐거운 상상력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꿈꾸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이 되어,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이야기가 정겹다. 고구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뒤에 군악대가 그 당시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북'이 조선시대의 '봉화'처럼, 국가의 위기 상황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과 '봉화'를 거쳐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안수단은 '위성'을 이용한 레이더 탐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현재의 모습은 지금 내가 겪는 모습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다 보면, 현재와의 차이를 통해 예전에는 어떻게 이런 일들에 대해서 겪어 왔고,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 졌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모습도 조금씩 꿈꿀 수 있게 된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된 사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의 소통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믿는다.
# 인상적인 제목과 Tip으로 다가오는 심화적인 역사 정보,
그리고 지금의 풍습이 어디에 뿌리를 두었는지 알게 되다.
'무릎을 꿇는자가 미인을 얻는다' 고구려 왕도 거부할 수 없었던 '첫날 밤'의 통과의례를 통해서,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한 뒤, 처가에서 하루 잠을 자고 돌아오는 풍습이 고구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오랜기간 처가에서 생활하다 돌아왔었는데, 지금은 하루 자고 오는 것으로 변하였다. 무심코 당연하다 생각하는 일들이 예전의 풍습에서 조금씩 변해져 내려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동력과 전쟁에 중요한 '말'과 화살을 쏘는 궁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통해 부국강병에 대한 열망도 알 수 있었다. 귀한 손님에게 자신의 첩과 아내를 대접할 만큼 강렬했던 신분상승의 욕망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도 살필 수 있었다. 한반도이지만, 신라와 백제의 남녀관계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같은 지역에 살지만 각 지역의 문화에 따라 개인의 삶의 많은 부분이 규정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남녀관계와 '예'에 엄격했던 백제와 '무한히' 자유로웠던 신라, 그리고 성적 소수자이여서 역모와 반란이 그치지 않았던 혜공왕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150여일 넘게 장례식을 치뤘던 풍습과 아직까지 제사 때 흰옷을 입는 풍습이 부여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와 '석탈해'의 왕이 되는 신라드림을 통해, 단일민족의 허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것, 신라의 통일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던 '화랑'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통해, '토사구팽'과 현실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도중 얼굴을 붉게 했던 '옥문곡'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제 남근'을 통해 남녀에 대한 시각과 그 당시의 애정행각도 살필 수 있었다.
#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풍습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풍속의 예로 이어져 내려오기도 하고, 변주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오는 풍습은 무엇이고, 새롭게 바꾸어 가는 풍습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풍속과 부끄러워 우리 대에 끝내버려야 하는 풍속들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만들어진 풍속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즐겁고 유쾌하게 책을 읽고 나니, 상식이 쌓인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레 비교된다. 미래의 모습도 살피게 된다.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