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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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와의 거리와 나의 부담은 반비례한다. 거리가 멀수록 부담이 적어지고, 가까울수록 부담이 커진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시가와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그분들을 만나는시간이 내게도 즐거울 수 있도록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 P163

가까울수록 한쪽에게만 부담이 되는 관계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 P163

내가 시가와 맺을 수 있는 좋은 관계란 뭘까. 관계에 대해 기대하는 게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 수있을까. 특히나 좋은 관계의 정의 자체가 서로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가끔은 내가 양보하고 가끔은 그분들이 양보하여 가까스로 접점을 만들 때가 있지만,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불완전한 접점을 종종 만드는 것이면 족한 걸까. - P164

지금 상황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애초 이 관계의 본질대로 한 다리를 반드시 정확히 밟고 건너는 만큼의 거리를 설정하는 거라 믿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 내가사랑하는 사람의 배우자. 그분들이 나를 독립된 사람으로 대하기 어렵다면 먼저 아들 부부를 자신들과 독립된 존재로 여기는 것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P165

간단히 말하면 나는 사위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사회가 세팅해놓은 처가-사위 관계와 마찬가지의 거리로 시가-며느리관계가 설정되길 바란다.
보편적인 사위의 모습이 보편적인 며느리의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 P165

왜 부부는 꼭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왜 이 세상은 1인 1집이 기본이 아닌 걸까. 누구나 자기만의 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버지니아 울프는 내가 욕심이 많다고 하려나. 부부가 같이 사는 것과 따로 사는 것이 모두 자연스러운 세상은 정녕 불가능할까.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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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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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는 내게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시가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언제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자신들이 결정해버린다. 나의 개인적인 공간을 넘나들고, 내게 다른어떤 것보다 우선하여 시가를 위해 할애할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여긴다. - P48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묻고 있을 때조차, 묻지 않고 요구한다. - P50

내가 언제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의 몸, 나의 의지, 나의 판단이다. 나에게는 권리가 있다. 나를 결정할 권리, 자유로울 권리. 이러한 권리가 없다면 나를 독립된 개인이라 여길 근거가 없다. - P50

고통을 참으라는 요구와
아쉬움을 참으라는 요구 중
어느 것이 더 폭력적일까. - P52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아는 게 당신들이 존중받는 증거라 여긴다. 시가는 종종 우리 집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것처럼 주장하고 우리 집에 대해 우리와 당신들이 같은 권리를 갖는다고 여긴다. - P55

집안에 며느리가 생기면 갑자기 가부장적 행사가 시작되는 현상.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재치 있는 사람들이 ‘시가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61

약간의 자기주장만으로도 여자는 너무 쉽게 고집 세고 피곤한 여자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아니까. 나는 누구에게든 그런 안상을 주지 않으려 애써왔고 시부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 P65

똑똑하다는 말은 일종의 무기 같다. 나를 설득할 논리적 근거가 없을 때 나를 조종하기 위해 무기를 들이대듯 똑똑함을 건드리는 것 같다.
며느리의 똑똑함은 왜 비난의 소재이자 전제가 될까. 똑똑한 며느리라는 말 뒤에는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말이 따라붙는다. - P67

똑똑한 며느리의 반대는 똑똑하지 않은 며느리가 아니라 착한 며느리다.
똑똑한 며느리는 곧 고분고분하지 않은 며느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P68

그래서 ‘딸 같은 며느리‘는 이중역할노동을 요구하는 잔인한 개념이다. 며느리에 더해 추가적으로 딸로서의 노동까지 바라는 것이다.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자‘ 며느리이길 바라는 것. 며느리가 시가에 돌봄노동을 제공하고 시가의 무례를 참아넘기는 정서노동까지 수행하길 바라는 욕구가 숨어 있다.
며느리에 대한 무리한 기대를 가족주의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 P71

시모가 나를 김장에 부르지 않는 것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다.
권력자의 배려로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평화가 아니라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로서 내 손으로 내 일상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다.
배려가 쌓일수록 찜찜함도 쌓여간다. - P75

나는 혼란스럽다. 분명 내게 가해지는 게 억압이 맞는데도 상대의 삶과 인격을 자꾸만 헤아리게 된다. 마음껏 미워할 수도 마음껏 좋아할 수도 없어 어정쩡하게 서성인다.
이해하다가도 이해하고 싶지 않고 마음이 짠하다가도 역시 안 되겠다 싶다.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편견은 계속 될 것이고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내가 며느리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 거둬질 수 있는 배려라는 걸 안다. - P75

가부장제를 전제로 한 시가의 배려는 언제나 찜찜하고 얼마간 모멸적이다. 완전한 배려인 적이 없고, 그러려고 한들 그럴 수가 없다. - P76

시부모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결코 만날 수 없다.
우리가 서로 원하는 것에는 교집합이 없다. 시부모가 원하는 관계에서 나는 언제나 모멸감을 견뎌야만 한다. 그것이 가부장 문화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다.
가부장 문화를 벗어나지 않는 한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평화는 없다. - P78

가끔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효과적일 때도 있다.(중략)
그러나 모든 틀의 위계가 같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 P79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혐오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나는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통제당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를 통제할 것이다. 철저히 나라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처럼 애써 다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 - P80

관계에서 더 노력해야 할 사람,
더 적은 노력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은
자식보다는 부모, 학생보다 교수, 직원보다 사장,
가부장제에서는 며느리보다 남편과 시가일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라고 외쳐야 할 방향은
아래가 아니라 위라고 믿는다.

약자들은 이미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안녕과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 P159

여자 간의 갈등인 것처럼 말하지만 고부 갈등의 본질은 ‘며느리 찍어 누르기’와 ‘남성의 책임 회피‘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전형적인 여성혐오 프레임을 빌어다가 남성의 책임을 교묘하게 은폐하며 원래 목적인 가부장제 질서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고부 갈등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부조리하다. 흡사 ‘남녀갈등’이나 ‘성대결‘같은 단어를 만들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가리고 여성이 받는 억압을 지우는 현상과 비슷하다. - P161

엄마 앞에서는 엄마 편을 들어 아내를 소외시키고 아내와 둘이 있을 때 아내 마음을 풀어주는 것을 적절한 대응으로 쳐주는 건 너무도 관대하지 않은가. 그저 골치 아픈 갈등에서 발을 빼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결국 피라미드 제일 아래인 아내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아내만 고통을 속으로 삭이도록 만드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 P162

시가와 우리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민할 사람도 해결해야 할 사람도 며느리가 아니다. 고부 갈등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프레임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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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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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왜 고통을 말하는 데 설득이 필요한가요? - P4

말 한마디, 순간의 눈빛, 무심결에 나오는 행동에 나는 숨이 막혀버린다. 나는 아내, 며느리가 쉽지 않다. - P5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차별은 드러나지 않기에 때로 더 강력하다. 보이지 않으니 없애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대개 부드러운 말로 외피를 두르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가치들-정다움, 착함, 배려 깊음은 주로 누구에게 부여될까? 시가에서 참하게 과일을 깎는 며느리일까, 과일 따위 상관없이 앉아 있는 며느리일까? - P13

대부분 내 의사를 따르는 그가 편안하면서도 가끔은 그것을 우유부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기의견만 고집하는 독불장군보다는 경청하는 말랑함이 나았다. - P17

서른다섯이라는 숫자를 특정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어떤 교수의 영향이었다. 서른다섯에 결혼을 하니 이미 ‘아줌마‘가 되어 있는 자신에게 아무도 간섭하지 못했단다. 시가도 자기를 어려워했으며 그 시절엔 양쪽 다 만혼이다 보니 양가 모두 자기 자식을 배우자로 맞아준데 감사하고 환영하는 마음뿐이었다고 - P19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하지 않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 P20

모두가 수행하는 과제를 빠짐없이 체크하며 넘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은 벗어나고 싶어도 쉽게 벗어나지지 않는 부담이었다. - P25

웨딩 산업에서만큼은 신부가 세상의 중심인 듯 대접하며 현실을 기만하는 것을 보면 심사가 뒤틀린다. - P28

여자의 말이 남자의 말과 동등한 권위를 갖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의식적으로 여자의 말에 더 귀기울이려 한다. - P34

하지만 시부모의 기대와 요구는 항상 내가 예상하는 수준을 넘었고, 가끔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일도 실제로 하고 나면 무리가 되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해야 내가 시부모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해야 내가 시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 P35

어떤 이에게 며느리라는 틀이 씌워지는 순간
우리는 그를 며느리로 대해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여긴다.
순식간에 그를 해석하는 방식을 정한다.
시가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며느리라는 틀은 더욱 강력해진다. - P37

시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은 며느리에게서 나온 걸로 쉽게 의심받는다. 근거는 없다.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꾸만 허공의 며느리를 노려본다. 아들이 그러한 결정을 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 P38

말없는 끄덕임은 내가 받아들인 의미와 조금 달랐다. 그때 시부모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솔직하다거나 공손하다기보다는 ‘당돌’하다고 느낀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그분들이 나를 ‘똑똑한 며느리’라고 칭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 P40

‘고부 사이가 어색해진다‘는 것이 나와 시모가 서로 동등하게 어색함을 주고받는 것을 뜻할 리 없다. 그보다 시모가 며느리를 못마땅해해서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우에 가깝다. 그래서 ‘고부사이가 어색해진다‘는 시부의 말은 기만이었다. 시모(를 포함한시가)와 며느리 사이의 권력 차를 명확하게 아는 상태에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이라는 말은 미움받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하라는 게 진짜 의미였다. - P41

시부는 웃으며 말했지만 도저히 웃으며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것은 농담을 가장한 위협이었고 나를 통제하기 위한 시도였다. 고부 사이가 어색해진다는 그럴 듯한 포장 안에 며느리를 미워할 거라는 칼을 숨겨놓고는 내 행동을 시가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시도였다. - P42

시부모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 처음엔 희망적이었으나 점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시부모의 가치체계에서는 내 말이 옳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비슷한 말을 듣는다 해도 견딜 수는 있겠지만또 그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그분들을 만나러 가는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 P42

단순히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당신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다. - P43

그분들의 눈꺼풀을 덮고 있는 며느리라는 렌즈를 걷어내고 싶다. 제발 나라는 사람을 봐달라고 외치고 싶다. - P44

뭘 그렇게 사소한말들을 가지고 문제 삼느냐고 한다면 사소하니까 바꾸기쉽지 않겠냐고 말하겠다. 예민함이 둔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바꿀 것이다. 나는 나의 예민함을 훨씬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가다듬고 싶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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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릇 (50만 부 기념 에디션) -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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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에 따라서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일명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현혹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을 사용한다. 너와나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 P9

말은 당신을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키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말은 당신이 없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을 떠다닌다.
그러니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무엇보다도 당신의 일상이 말 때문에 외로워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P11

잠깐 떠올려보자.
지금 당신은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가?
통제를 위한 말인가, 소통을 위한 말인가? - P25

사람은 자신의 품만큼 말을 채운다는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들인다. - P31

이런 사람들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 P32

한 번 들어온 말들을 쉽게 흘리지도 않는다.
(중략)
분명하게 말해야 할 상황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 P33

반대로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조급하고 틈이 없어서 다른사람들의 말을 차분하게 듣질 못한다. - P33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참아내질 못한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본심‘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질 않는다. - P34

사람들은 말 그자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말의 장막을 걷어 올린 후 숨은 이유를 찾아내야 무엇부터 다시 시작할 정리할 수 있다. - P47

마찬가지로 말 그릇의 균열을 메우려면 말의 내면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말 자체를 살피기 이전에 말 속에 사는 나를 만나야 말 그릇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 P48

즉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공식.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습관. - P56

자신이 말을 주도해야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세밀히 구분해서 그에 맞는 말을 고를 줄 아는 사람, 고정된 생각에 갇혀 있지 않고, 습관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만이 말 때문에 후회하고 실망하고 탓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 P59

잘못 선택한 감정이라도 일단 들어선 길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제대로된 감정과는 점점 멀어진다. ‘마음과 일치하는 말‘을 하려면 먼저 감정과 친해져야 한다. 감정과 말을 엇갈리지 않게 연결시키는 능력이야말로 넉넉한 말 그릇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다. - P65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감정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전하고 싶은 속내, 간절히 바라는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겨져 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P79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적·신체적·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공식에 따라 대화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 P101

서로 다른 공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 사람을 담아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말, 주변에 잔소리하듯 되풀이하는 말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 참지못하고 자꾸 끼어들게 되는 말, 예민하게 반응하고 발끈하게 되는 말, 잦은 의견 차이를 만드는 말은 무엇인가? 그 사이 어딘가에 당신의 공식이 숨어 있다. - P111

차이는 분명 갈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죽는날까지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 P115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가 있다. 그런 말을 듣고싶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 P169

잘 듣는다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듣기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마음을 여는 암호가 달라서 그 문을 열려면 정밀한 세공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구나!‘ 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려면 자유롭게 대화하면서도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게 돕고, 공감을 드러내는 기술과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 P155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지 주시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무조건적으로 인정받은 경험이 있어야 자신과 타인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릴 때는 가정과 부모님이 그 역할을하지만 사회에서는 친구, 동료, 선배가 서로에게 그런 모습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먼저 받아주자. 상대의 마음을 열고 싶거든 입을 열지 말고 귀를 열어보자. - P205

질문은 배달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 목소리 톤, 전체적인 뉘앙스, 무엇보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말하기의 패턴 등이 그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저것이 나를 지키는 질문인지, 해치기 위한 질문인지를 가늠해낸다. 그러니 제대로 된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 P219

사람들은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나도 꽤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중에 이런 마음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질문은 바로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 P227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이다. 현재를 냉철하게 판단하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른 척하지 않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른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돕기 위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먼저 목표질문을 충분히 주고받은 후에 장애 질문을 탐색하기를 권한다. - P257

좋은 질문에는 깊이가 있다. 아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한 스토리를 끌어올린다. 좋은 질문은 예리하다. 상대방이 놓치고 있던 것을 정확하게 상기시킨다. 강력한 질문들은 간결하다. 불필요한 생각을 덧붙이지 않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고, 균형이잡혀 있다. - P271

나이 들수록 나의 말 그릇이 제대로 깊어지고 있는지, 적당히 채워지고 비워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해를 넘길 때마다 나이와주름살을 확인하듯 자신의 말 그릇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 P278

말은 자란다. 어릴 적의 나는 ‘자라게 하는 말‘을 많이 듣지 못했다. 하지만 듣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 상처 많은 어린아이를 숨겨두고 살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더디기는 했지만 조금씩 성장했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돌아볼 만큼 넓어졌다. 이제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삶의 과제들이 말그릇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담금질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사소한 책임을 다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있다. 그 시간들 틈에서 내 말 그릇이 또 조금씩 자라날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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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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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통이 불통으로 바뀌는 것 같아 우연히 알게 되어 구입해 읽게 되었는데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도 많았고, 모르고 했던 일도 있었고…
지난 시간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 노력해서 제 아이와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개선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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