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담이 존재합니다.

Saeptum est inter hominem
샙툼 에스트 인테르 호미넴
et hominem.
에트 호미넴.

타인과 나의 경계엔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담이 있어, 나와 너의 자의식만으로는 그 담을 결코 넘어갈 수 없습니다. 담 안쪽의 내가 유일하다는 자의식을 버리고, 담 너머의 세상을 탐구하고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공부라 말합니다.

대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중은 진리로부터는 조금,
소문에 의해 많이 판단합니다.

Sic est vulgus: ex veritate pauca,
시크 에스트 불구스: 엑스 베리타테 파우카,
ex opinione multa aestimat.
엑스 오피니오네 물타 애스티마트.

소문을 뜻하는 라틴어 ‘rumor(루모르)’는 원래 ‘소란한 소리’라는 의미였습니다. 그 이유는 ‘rumor’라는 것 자체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이 소문이라면, 나 역시 들을 의지를 발휘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요?
근거 없는 낭설과 소문은 계속 흘러가게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문은 날아간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Fama volat.
파마 볼라트.

소문은 확실치도 않은 일을 크게 과장하는 것이 예사입니다.Ferreinmajusincertasresfamasolet;페레 인 마유스 인체르타스 레스 파마 솔레트."(리비우스)
소문은 시편 59장 14절의 말씀처럼 "마치 개들처럼 허기져 못 견디고 성 안을 싸돌아다닙니다Famem patientur ut canes, et circuibunt civitatem;파멤 파티엔투르 우트 카네스, 에트 치르쿠이분트 치비타템". 소문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고 일파만파 퍼집니다.

어리석음은
모든 재앙의 어머니요 구실입니다.

Stultia est mater atque materies
스툴티아 에스트 마테르 아트퀘 마테리에스
omnis perniciei.
옴니스 페르니치에이.

어리석음은 무지와 다릅니다. 무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드러나곤 하지만, 어리석음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순간에 비로소 드러납니다.

오만이 오면 수치도 오지만
겸손한 이에게는 지혜가 따른다.

Venit superbia, veniet et contumelia;
베니트 수페르비아, 베니에트 에트 콘투멜리아;
apud humiles autem sapientia.
아푸드 후밀레스 아우템 사피엔티아.

내가 자유로워지기 위해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오만이라는 옷을 벗어던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지닌 물건만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몸과 습관에 달라붙은 감정과 태도는 그보다 훨씬 더 버리기 어려웠습니다. 늘 불편함과 구속감을 느꼈지만, 이전에 타인과 세상을 향해 내가 친 벽이 나의 연약한 부분을 지켜주는 기능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버리고 난 뒤에는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킬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이 세상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부끄러움을 아는 것입니다. 부끄러움이 저를 오만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오만의 옷을 벗어던지자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우정의 온기와 다정의 눈물겨움을 깨달았습니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들어주는 귀, 믿어주는 눈빛, 이해하는 말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타인의 생각을 먼저 잘 듣고 헤아려야 그의 마음을 열 수 있고 돌릴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혜량하는 태도의 온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돌아서지 않는 것입니다.

대침묵

Altum silentium
알툼 실렌티움

침묵이 위대한 건 사람의 시선을 철저히 자기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자신이 살아온 동안 야금야금 키워왔던 생각의 나무에 전지가위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위대한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면 세상의 비난과 멸시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자신의 시선은 내면으로 향하게 되고, 절대 침묵은 모난 나를 둥글게 깎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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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억울한홍합 2024-01-01 18:13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