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한계를 기회로 바꾸어 삶을 이어가는 지혜의 풀이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아남고, 밟히는 순간조차 번식의 기회로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회는 자세를 낮추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회가 높은 곳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땅바닥에 깔려 있다고, 앞서 경험했던 사람들이 말한다.
다른 담당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추리자면, 거의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정답’을 맞히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접에서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담당자들의 견해였다.
얼마나 똑똑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수많은 모범답안은 ‘정답’이 아니다. 면접관들이 보고 싶은 것은 상대방의 ‘토대’다. 실력뿐 아니라 성격, 품위, 발전 가능성 등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유추해낸다. 면접관들은 정직한 사람에게 끌리는 성향이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터지는 문제에 얼마나 임기응변을 발휘해 유연하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나 오만함보다 나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겸손함으로 뭐든지 새롭게 배워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장하는 인간은 여섯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가 ‘안다’이다. 인식하는 것이다. 알기 위해서 학교에서 배우고 책을 본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직장에 취업하기 전까지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직장에 들어간 이후에는 그런 노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은 ‘분석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사실을 분석하고 이면을 발견한다. 분석을 통해 ‘아는 것’이 ‘아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게?하는 힘이다. 그리고 ‘해본다.’ 알고 분석한 것을 토대로 실천한다. 실천을 통해 아는 것을 검증해보는 것이다. 실천은 도전이며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행위다. 마침내 ‘성공한다.’ 해봐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희열을 맛보고서야 해보기를 잘했음을 느낀다. 그래서 ‘성과가 생긴다.’ 성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답이다. 우리는 그 보답을 만끽하며, 보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은 ‘습관이 된다.’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분석하고 해보고, 성공하고 성과를 얻는 생활이 반복되어 마침내 습관이 되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여섯 단계를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반복해온 사람이다. 단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면서 깨닫는 과정이 몸에 밴 사람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아는 것을 실천에 옮겨보고 성공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대부분은 ‘나도 알아’로 끝을 맺지 않았는지. 자세를 낮춰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보자. 분석하고 시도해보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IDEO(아이디오)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이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P&G같은 거대 기업들에게 디자인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 회사의 고객이다.
아이디오 회의의 특징은 ‘작은 것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열정적인 회의를 통해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든다. 회의에는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구분이 없다. 누구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 방향으로 아이디어가 몰린다.
아이디오의 ‘작은 것에 대한 집중’에는 이유가 있다. 더 이상 ‘원래 그런 것’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란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은 ‘작은 차이’에 민감하다. 그래서 아주 작은 차이만 눈에 들어와도 어제의 제품을 고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아주 작은 차이’까지 감지하고 혁신을 이루어내는 ‘아주 섬세한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이디오의 철학이다.
아이디오는 회의에 대한 충고로 ‘회의를 망치는 여섯 가지 방법’을 들었다. 1. 언제나 보스가 먼저 말한다.?2. 모두가 말해야 한다.?3. 전문가가 혼자 말한다.?4. 장소는 언제나 회의실이어야 한다.?5. 모두가 열심히 적어야 한다.?6. 농담금지. 진지한 말만 해야 한다. 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관심 있게 봐두어야 할 대목이다.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 없이 열매만 열린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꽃이 피기는 하지만 꽃받침과 꽃자루가 주머니 모양처럼 부풀어오르면서 꽃들을 안으로 감추는 것이다. 무화과 열매를 잘라보면 그 안에서 ‘작은 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꽃을 감추니까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이고, 꽃은 보지도 못했는데 열매가 열렸으니, 어쩔 수 없이 ‘꽃 없는 과일 무화과’로 이름 붙여졌다.
지금껏 우리는 ‘크고 높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이론과 계획을 세웠다. 확립된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것은 ‘비이성’, ‘비과학’으로 낙인찍었다. 이론과 과학을 맹신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과학적 이론들이 눈과 얼음을 불러와 세상을 꽁꽁 얼려버렸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과학과 이론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헤맨다.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이론이나 완벽한 계획과 분석에서 나오지 않고, 실제로 행동하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가운데 나온다.
다른 눈으로 보자. 지금은 ‘감’을 발동할 때다. 무화과의 꽃들처럼 숨어 있던 다른 눈, 감은 유연성의 시작이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세상에 대한 가장 빠른 직관적 대응책이다. 계획과 설계의 맹신에서 벗어나 직관적 능력을 발휘해보자. 모든 것은 감에서 시작된다. 이론 역시 처음에는 감에서 출발한다.
꿈의 사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상징적 가치다. 상품의 경제적 가치 이외의 정신적이고도 심미적인 의미에서의 가치를 뜻한다. 그것은 감의 영역이다. ‘아는 것’으로 풀이되는 영역을 초월하는 것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모범생보다 전대미문의 질문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모험생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는 시대다. 지금까지의 성공신화는 앞으로의 성공신화를 가로막는 장본인이 될 수 있다. 경험이 소중한 스승이기도 하지만, 경험이 또 다른 상상력과 지혜를 창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경제 빙하기 시대는 훈풍이 세상을 따듯하게 녹이던 시대의 이론적 틀만으로는 전혀 해석되지 않는 특별함을 갖는, 전무후무한 시기다.
성공은 세상과의 연애다.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연애의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다. 그 진리란 ‘주고받기’다.
기업들이 ‘열려 있는 인재’를 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울림을 통해 자신과 회사, 세상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모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조직력이나 자금력, 기술력, 마케팅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기업정신과 기업문화를 그토록 강조하는 것이다. 최고의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배려를 고객에게 전한다.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말한다. 아이를 인재로 키우려면 감성을 계발하는 데 집중하라고. 위대한 어머니의 표본 장병혜 박사는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큰 인물이 된다’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워줄 것을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대다수 어머니들은 ‘그런 건 시간이 남아돌아서 한가할 때 생각해볼 문제’로 여기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우겨넣으면서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친다. 인생에는 오르는 길밖에 없다면서 몰아붙인다. 아이들은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헛딛고 넘어지면서도 하염없이 오르기만 한다. 어머니도 불행하고, 아이도 불행하다.
자기 수준을 깨닫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든 발전의 기초다. 우리는 자기 수준도 모른 채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탈진하고 마침내 실패한다. 그러고는 가슴속 깊이 분노의 씨앗을 심어놓는다. 사실은 자기 수준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지는 것을 죽는 것만큼이나 두려워하니까.
왜 그렇게 분노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흐르는 대로 흐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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