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과 행복을 각각 하나의 대륙이라고 한다면, 이 둘을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다리가 있다.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trait)이다. 유전적 영향에 의해 외향성 수치는 어느 정도 정해지며, 그 외향성의 정도가 개인의 행복 수치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외로우면 산도 더 높아 보인다.

친구와 함께하면 기왓장만 가벼워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눈앞의 장벽도 낮아 보이고, 주사도 잘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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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큰 착각 중 하나도 행복이 외적인 조건에 의해 좌우된다는 믿음이다.

한국은 이제 돈이나 비타민 결핍에 시달리는 사회가 아니다. "그래도 더 필요해!"라고 고집 피우는 것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본다면 자기 삶에 큰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이 믿음은 행복을 위해 정작 투자해야 할 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부유해질수록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유학 시절, 지도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하지만 행복 공화국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없다. 남는 옵션은 하나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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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이렇게 철저히 사회적인 뇌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일상을 여전히 주도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행복한 사람은 바로 이 고지식한 사회적 뇌를 잘 ‘이용’하는 자들이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인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태양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고 꽃을 피우기 위해 뜬 것이 아니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지구는 자전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태양과 마주 보는 각도로 되돌아오면 아침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다. 물리적 법칙과 화학반응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우주고, 생명이고, 인간이다. 그 과정에는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다. 인간은 수천 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계보다 복잡한 존재지만, 이 복잡성 자체가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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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또한 경쟁의 연속이다.

행복은 누군가에 의해 경험되어야만 성립되는 현상이고, 그 누군가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에 따라 행복의 정체도 크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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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인간은 더 동물스러워진다. 항상 식량난에 시달렸던 인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양을 몸에 비축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지방이나 당분이 있는 음식으로.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들에게 초콜릿과 지방은 무서운 유혹이다. 입에서 당기는 본능의 힘을 막기에 이성은 너무 나약하기 때문에. 이 오랜 습성 때문에 현대인은 성인병과 비만에 시달리지만, 그 버릇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해 오고 있다.

어쨌든 행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경험이 왜, 언제 뇌에서 발생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뇌의 주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의 유전자에 박힌 가장 큰 욕망은 무엇인지, 그의 뇌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된 생물학적 연장인지.
여기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는 뒤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뇌의 대표적인 능력(의식적인 사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해 보자. 혹시 그 중요성이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왜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행복은 사람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고, 생각은 그의 특성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대로 쉽게 바뀌지도 않지만, 변한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전체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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