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문화/유치환과 이영도

시인 유치환, 작곡가 윤이상이 통영여자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시조시인 이영도(1916년~1976년)가 이학교 교사로 온다. 당시 유치환은 유부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영도에 흠뻑 빠진다. 수많은 시와 글을 써서 그녀에게 보냈는데, 유치환 사후 이영도에 의해 공개된 글이 다음의 <행복>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해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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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10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후에 공개했으니 영도님도 끝까지 그를 보호해주셨네요. 그 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요즘 사랑은 이런 감춤 맛이 없어요.ㅠㅠ 영도님의 화답시는 그리움으로 충만합니다.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생략) 두분의 이루어지지 않은사랑 속엔 고귀한 절제함이 묻어 있어요.

억울한홍합 2024-03-10 09:59   좋아요 0 | URL
보여주기 식으로 떠들썩하게 하는 게 소위 요즘 사람들의 사랑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진정 행복하다는 건 호시우행 말씀대로 고귀하고 절제된 사랑같아요~

호시우행 2024-03-10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일요일 지내시길~~

억울한홍합 2024-03-10 10:03   좋아요 0 | URL
넹^^ 호시우행님도 즐겁고 편안한 휴일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