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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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네 사람이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야.

 읽으면서 참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녀 네명이 한집에서 공동생활을 하다니..
절로 고개가 갸웃해진다.

우연히 만나 한집에서 살게된 네사람, 요시, 당나귀, 요코, 아이코.
이들은 남녀 네명의 공동생활이란 것을 통해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요시는 아이코와 당나귀는 요코와...

요시는 조명 디자이너로 자신의 회사를 차리는 게 꿈이고, 당나귀는 곤충 사진에 매료되어 있다. 요코는 미용사로서 순탄한 길을 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유부남이었고, 그와의 사랑때문에 당나귀와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아이코는 불안신경증을 가지고 있으며,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진 여자다.

언뜻 보기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네사람은 사실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좋은 사람이란 것... 
그들은 서로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를 쏟아붓는다.

어찌보면 참 실속없다.
자신도 빠듯하게 살면서 빚을 지고, 아이코의 학원비며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당나귀가 만난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보낼 돈을 마련하고, 직장을 알아봐 준다.

저 사람, 사람은 참 좋은데....
우린 이런 말을 할 때 그 뒤에는 좋지 않은 뜻의 말을 숨기고 이야기한다.
이들 넷이 꼭 이런 경우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에서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
물론,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나귀는 요코와 그 남자의 관계에 고민을 하다 네팔로 떠나버리고, 아이코에게 좋은 사람이 생긴 걸 알게 된 요시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물러서지만, 너무 괴로워 몰래 여행을 가기도 한다.

당나귀가 후원하던 고등학생인 돌문어와 페퍼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지만, 너무 어린 부부라 며칠동안 아이들을 버려두고 가출하는 일도 발생하지만, 또 제자리를 찾아온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것. 그건 분명히 참 상냥한 마음이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할 때는 어떤 좋은 사람일지라도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당나귀가 그렇고, 요시가 그랬다. 

당나귀는 네팔에서 돌아와 요코를 받아 들이기로 하고 둘은 결혼을 하지만, 요시는 결국 아이코와 헤어진다. 모든 등장 인물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그건 동화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실적이라 새드 엔딩도 존재하는게 아닐까.

남녀 네명의 공동생활은 어찌보면 도덕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불순하지는 않았고, 화려하고 남에게 내세울 추억거리는 비록 없을지라도 순수하고 맑았던 시기였다. 그런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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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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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혹은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로 불리는 뱀파이어 시리즈의 제일 첫 권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고 유쾌하다. 사실상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읽으면 즐겁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보통 인간, 텔레파시 능력자, 변신 인간등 꽤나 흥미로운 존재들이 등장한다.
뱀파이어는 고전적 뱀파이어답게 은과 마늘을 싫어하고, 밤에만 돌아다니지만 인공 합성 혈액을 섭취하거나 뱀파이어 봉사자들에게 혈액을 제공받으면서 살아 간다. 즉, 여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은 존재이다. 요게 고전적 뱀파이어와는 조금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법적으로 인정 받은 죽은 자들이라...
무척 흥미로운 설정이다. 햇빛에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존재들인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공존의 삶은 자못 흥미롭다.

게다가 인간도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인 수키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인간도 있고, 수키가 일하는 바의 주인인 샘처럼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인간도 있다.

수키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능력때문에 늘 마음 속에 벽을 쌓고 사람들과의 경계선을 긋고 산다. 그러던 중 뱀파이어 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랑 이야기만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면 정말 별볼일 없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로맨스 이외에도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뱀파이어 사이의 세력 다툼이나 가족 간의 문제 등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고 로맨스, 미스터리, SF등 여러 장르를 혼합시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혹 가다가 한번씩 빵하고 터지게 만드는 유머도 갖추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남부 뱀파이어...
왠지 남부라고 하면 남부 사투리를 쓰는 뱀파이어가 연상된다.
(나에게 미국 남부는 노예 제도와 목화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도)

게다가 '빌'이라는 이름은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빌이라니.....  뱀파이어 이름이 말이지....
사실 뱀파이어는 오랜 기간동안 우리들에게 선망과 두려움의 대상인 존재였다. (물론, 가상의 존재라도)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산산히 조각낸 그 이름, 빌.. 차라리 애칭 빌이 아닌 윌리엄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남부 뱀파이어란 독특한 설정을 보면 빌이란 이름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게다가 빌이 입고 있는 티셔츠 - 우리는 뱀파이어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에 긴 망토를 입을 거라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 -에 쓰여진 문구는 완전히 나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Grateful dead = 감사함을 아는 사자(死者)
뱀파이어는 어쨌든 이미 죽은 자이니까.

또한 수키가 빌이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을 하니 <집 밖의 아늑한 관>이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 나는 또 한번 크게 웃었다. 투숙객 빌을 찾자 송곳니이냐 인간이냐고 묻는 말에도 역시 난 큭큭대고 웃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 그런 독특한 표현에 웃지 않으려야 안 웃을 재간이 없다. 

인간처럼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음모도 꾸미고 배신도 하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와 수키와 빌의 달콤살벌한 로맨스, 변신 인간의 등장 게다가 연쇄 살인범까지...
정말 쉴새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이외에도 감정의 교류 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대인들, 가족간의 유대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문제라든지, 아동 성추행과 관련된 사회문제도 크게 대두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언급되고 있다.

인간과 공존하며 주류가 되고 싶어하는 뱀파이어 빌과 수키의 사랑이야기는 알콩달콩 넘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키의 나이가 이십대 중반, 빌은 서른이니 유치하지 않는 사랑이야기도 참 즐겁다. 특히 빌이 수키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머리도 땋아주는 모습은 왠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여러가지 요소와 여러가지 장르가 혼합되어 있지만, 나름대로의 위치를 잘 잡고 있어 전혀 난삽하지 않으며 오히려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미국에서는 벌써 일곱권이나 나왔다는데, 인기가 있는 이유를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벌써 다음권이 읽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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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52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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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책 제목도 생소하고, 러시아 형제 작가인 스뜨루가츠끼 형제의 이름도 낯설기만하다.
아니, 사실 러시아 문학 자체란 것이 내겐 거의 미지의 분야나 다름없다.

그렇다 보니, 너무 어려운 책이 아닐까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며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작가에 대한 설명과 책 뒷표지을 읽고 드디어 본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근차근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며 주인공은 말랴노프라는 천문학자이다. 
250년만의 폭서(暴暑)로 인해 레닌그라드는 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내와 아들은 휴가 중이고, 말랴노프는 혼자 집을 지키며 연구 논문을 쓰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상한 전화가 자꾸만 걸려와 논문 쓰기를 방해하고, 아내가 주문한 듯한 대량의 식량이 집으로 배달되어 온다. 게다가 아내의 친구라는 여자 리도츠까가 찾아와 집에 머물기를 원한다. 그리고 밤에 불쑥 찾아왔던 이웃 집의 물리학자 스네고보이는 다음날 사체로 발견된다.

이상 기온으로 무더운 날씨, 이상한 방문, 그리고 이웃집 과학자의 기묘한 죽음.
그러나 이것은 모든 일의 시작에 불과했다.
리도츠까는 언제 갔는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고, 말랴노프는 살인범으로 의심받는다.

이런 설정만으로 본다면 이거 혹시 미스터리인가 하고 생각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스터리적 요소도 있지만, 말랴노프, 스네고보이, 바인가르텐, 자하르, 베체로프스키 등등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방해하는 우주적인 무엇이 등장하면서 SF적인 요소가 추가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이론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항상성 우주라는 것이다. 항상성 우주란 것은 우주가 자신의 최적화 상태를 항상 유지하려고 하는 움직임으로, 이들 과학자의 연구가 우주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에 위배되므로 우주인들 혹은 자연(우주) 자체로부터 연구를 방해받는다.

하긴, 인류는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지금도 무한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제로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아직 미미하다. (내가 전에 읽은 책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우주의 신비가 몽땅 풀리는 것과 동시에 우주는 자연적으로 소멸하고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고 나온다. 이 역시 우주의 항상성과 관계있는 것이 아닐지..)

하여간, 이들의 연구는 온 우주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방해를 받는데, 끝까지 그 위협 세력의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을 풍자 소설로 보는 시각이라면 이 방해 세력은 어떤 단체나 국가로 볼 수도 있다. 어떤 연구의 영향으로 인해 사상적 사회적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시스템의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거기에 정치에 지배당하는 학문과 학자들의 모습, 그리고 학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안위와 행복과 물질적인 안락함을 위해 학문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이 모두 과학자 혹은 학자 계층이므로 자신의 학문을 지킬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으로 표현되었지만, 이를 크게 보자면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살 것인가, 아니면 지배 계급에 예속되어 미래가 보장받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위해 자신에게 닥쳐올 위협을 감수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할 삶일까, 아니면 그 신념과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평온하고 안락한 물질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이 두가지는 인류 생존이래 계속 이어져 온 고민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해답이 없다.
말랴노프는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상징하는 것인 자신의 연구 논물을 베체로프스끼에게 넘겨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이 책은 끝난다. 결국 모든 것은 읽는 독자에게 달린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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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고양이의 수상한 방 -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
윤경령 지음 / 나무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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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은 이름 그대로 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터넷 한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을 책으로 재구성한 책으로, 저자가 기르는 고양이들과 저자를 거쳐간 고양이들의 사진과 글, 그리고 귀여운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나도 울 곤냥마마님(고양이)를 부를 때 "어이~~ 똥고냉이들(고냉이 = 고양이)~~"이라고 부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잡종이나 믹스를 뜻하는 '똥***'이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느낄 때 부르는 표현 방식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우리 강아지, 혹은 우리 똥강생이(똥강아지)"라고 부르시는 맥락과 같다.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사투리가 섞여 있습니다)

목차를 일단 보면 고양이를 입양하기전 가져야 할 각오(적어도 15년이상을 함께할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키우면서의 마음 가짐(실로 많다, 털문제, 발톱 가는 문제 등등)을 비롯해 고양이에 관한 명언, 그리고 애묘가들이 쓰는 고양이 전문 용어(?)등이 나와 있다.

전문 용어의 예를 들자면, 고양이 식빵 굽는 자세, 마징가 제트 귀, 젤리, 찹쌀떡, 맛동산, 꾹꾹이 등등이 있지만 이건 수많은 전문 용어의 일부분이다.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나오니 자신이 애묘가가 아니라 해도 이것이 고양이의 어떤 부위 혹은 어떤 행위를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목차 다음에 나오는 본문은 현재 저자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집의 대장 고양이 금봉이,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순대, 그리고 까칠한 미모의 아가씨 홍단이까지.
이름마저도 참 특이하고 개성있고, 그 생김생김과 성격도  개성이 풀풀 넘친다.
난 개인적으로 턱시도냥이인 순대가 참 좋았다.

그 외에도 저자가 임시 보호를 하다가 입양을 보낸 영남이, 은봉이, 저자의 친구와 함께 사는 샤나라는 이름의 고양이까지, 정말 여러 마리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다.
고양이들을 찍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글들은 저자가 하루에 고양이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지, 그리고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 책의 내용은 어려운 설명이나 용어 없이도, 사진과 그림만으로 고양이의 습성까지 이해할 수 있다. 사진, 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어찌나 묘사가 잘 되어 있는지, 진짜 많이 웃었다.
오호... 울집 곤냥마마님들도 이런데..
아하... 울집 곤냥마마님들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 하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모습에 마구마구 웃기도 했다.

특히 내가 부러웠던 것은 접대묘 금봉이였다. 꿈의 접대묘!!!
울 곤냥마마 중 한 녀석인 티거는 투명고양이 증후군이 있어 낯선 사람 소리만 나면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잠깐 왔다 가도 몇 시간은 사라지는 티거..
티거야, 이제 투명고양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면 안되겠니~~~~

뭐.. 그대신 티거는 가족들 한정으로 애교작렬이지만...
티거는 사람 발소리만 듣고도 문앞으로 쪼로록 뛰어 나오고, 골골거리고, 궁디 팡팡이라도 해줄라치면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듯 하며, 사람이 말을 걸면 꼬박꼬박 야옹야옹 거리면서 대답까지 해주는 수다쟁이 고양이이다. 뭐, 가끔 기분이 나쁘면 꼬리 탁탁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고양이들만의 개성은 워낙 강하니, 다른 집 곤냥마마님을 부러워 하기 보다는 우리 곤냥마마님들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살면 된다.
단점은 물론 있지만...
장점이 단점보다 많기때문에 다 커버가 된다. (그래도 울 곤냥마마님들이 최고~~)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고양이들이 자신의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그림 동화 한 편이 실려 있다. 자신의 죽음을 하루 일찍 알게 된 어느 고양이의 이야기인데, 난 그 동화를 읽으며 결국 울어 버렸다.

동물과 함께 살다보면 언젠가는 이별이 찾아 온다. 동물의 수명이 사람의 수명보다 짧은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나도 가슴 아픈 건 사실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고양이의 입장에 쓴 이 동화는 올 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우리 가을이를 떠올리게 했다.

이제껏 내 품을 떠나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 동물은 두마리이다. 나머지 일곱 녀석은 아직도 팔팔하지만...
한 녀석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한 녀석은 18세라는 초장수를 누리며 떠나기 전날 밤까지 식사를 깨끗이 비운 녀석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사람들은 누구다 다 "좀더 사랑해 줄걸. 좀더 예뻐해 줄걸..." 이라는 자책을 하면서 울게 되는데, 이 동화는 그런 반려인의 마음을 다 아는 듯한 고양이의 행동에 너무도 가슴 아팠다. 그래서 결국 울음이 터져버린 것이다.

고양이에 관한 상식, 전문 용어, 그리고 저자와 고양이들의 수상한 동거와 고양이에 관한 동화까지,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웃다가 결국 울었다. 까도 까도 늘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양파같은 고양이처럼 이 책도 펼치고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이야기가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 나온다.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너무나도 유쾌한 책, 그리고 공감 100배를 하게 되는 책이자, 고양이를 싫어한다거나 무서워 한다거나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보면 고양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직접 책을 읽어 봐야 더 공감가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니, 나머지는 직접 읽으시길....



덧> 책을 읽다가 오자를 하나 발견했다.
앞부분의 저자님의 고양이 소개 부분 홍단이 편

 홍단이 기분전화하는 날 → 홍단이 기분전환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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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제프리 브라운 고양이 시리즈
제프리 브라운 지음, 사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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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제목은 좀 길지만,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양이의 습성을 중심으로, 고양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그려 놓고 있는 책이다.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짧은 만화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양이 식빵 굽는 법, 꾹꾹이, 캣닙 가지고 놀기, 헤어볼 토하기, 발톱 갈기, 박스나 봉투에서 놀기, 무서울 때 취하는 행동, 사람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모습 등등 애묘가라면 반드시 우리 고양이도 이런데... 라고 혼잣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고양이의 습성을 간단하지만 재치있는 그림으로 잘 표현해 놓았다.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의 이름은 티파니로 고양이 말 외에는 사람 말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그냥 웃음이 터진다.

이 책을 보면서 난 내내 깔깔거리고 웃다가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우리 고양이랑 하는 짓이 똑같은 걸...이란 생각을 하면서.

특히 발톱 갈기 부분을 보면서 우리 티거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가죽 소파 옆면에 발톱을 갈다가 가죽을 찢고, 안에 있는 천도 찢고, 결국은 속살이 드러난 소파의 스펀지에 발톱 자국을 뽕뽕 낸 우리 티거.
그리고 캣닙을 주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는 티거의 모습이 생각나 한참을 웃었다.

간단간단한 그림과 단순한 어휘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마치 이 책에 나오는 티파니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고 자동으로 재생될 정도다. 즉 고양이가 정말 내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습성 묘사가 이 책의 강점이다.

난 개도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와 개는 참 다르단 걸 많이 느낀다. 개는 행동의 패턴이 단순한 편이지만, 고양이들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을 많이 한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색다른 매력이 나오는 것이 고양이가 아닌가 한다.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고양이에 관한 책.
애묘가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에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고양이가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는지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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