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양이의 수상한 방 -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
윤경령 지음 / 나무수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은 이름 그대로 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터넷 한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을 책으로 재구성한 책으로, 저자가 기르는 고양이들과 저자를 거쳐간 고양이들의 사진과 글, 그리고 귀여운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나도 울 곤냥마마님(고양이)를 부를 때 "어이~~ 똥고냉이들(고냉이 = 고양이)~~"이라고 부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잡종이나 믹스를 뜻하는 '똥***'이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느낄 때 부르는 표현 방식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우리 강아지, 혹은 우리 똥강생이(똥강아지)"라고 부르시는 맥락과 같다.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사투리가 섞여 있습니다)

목차를 일단 보면 고양이를 입양하기전 가져야 할 각오(적어도 15년이상을 함께할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키우면서의 마음 가짐(실로 많다, 털문제, 발톱 가는 문제 등등)을 비롯해 고양이에 관한 명언, 그리고 애묘가들이 쓰는 고양이 전문 용어(?)등이 나와 있다.

전문 용어의 예를 들자면, 고양이 식빵 굽는 자세, 마징가 제트 귀, 젤리, 찹쌀떡, 맛동산, 꾹꾹이 등등이 있지만 이건 수많은 전문 용어의 일부분이다.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나오니 자신이 애묘가가 아니라 해도 이것이 고양이의 어떤 부위 혹은 어떤 행위를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목차 다음에 나오는 본문은 현재 저자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집의 대장 고양이 금봉이,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순대, 그리고 까칠한 미모의 아가씨 홍단이까지.
이름마저도 참 특이하고 개성있고, 그 생김생김과 성격도  개성이 풀풀 넘친다.
난 개인적으로 턱시도냥이인 순대가 참 좋았다.

그 외에도 저자가 임시 보호를 하다가 입양을 보낸 영남이, 은봉이, 저자의 친구와 함께 사는 샤나라는 이름의 고양이까지, 정말 여러 마리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다.
고양이들을 찍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글들은 저자가 하루에 고양이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지, 그리고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 책의 내용은 어려운 설명이나 용어 없이도, 사진과 그림만으로 고양이의 습성까지 이해할 수 있다. 사진, 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어찌나 묘사가 잘 되어 있는지, 진짜 많이 웃었다.
오호... 울집 곤냥마마님들도 이런데..
아하... 울집 곤냥마마님들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 하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모습에 마구마구 웃기도 했다.

특히 내가 부러웠던 것은 접대묘 금봉이였다. 꿈의 접대묘!!!
울 곤냥마마 중 한 녀석인 티거는 투명고양이 증후군이 있어 낯선 사람 소리만 나면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잠깐 왔다 가도 몇 시간은 사라지는 티거..
티거야, 이제 투명고양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면 안되겠니~~~~

뭐.. 그대신 티거는 가족들 한정으로 애교작렬이지만...
티거는 사람 발소리만 듣고도 문앞으로 쪼로록 뛰어 나오고, 골골거리고, 궁디 팡팡이라도 해줄라치면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듯 하며, 사람이 말을 걸면 꼬박꼬박 야옹야옹 거리면서 대답까지 해주는 수다쟁이 고양이이다. 뭐, 가끔 기분이 나쁘면 꼬리 탁탁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고양이들만의 개성은 워낙 강하니, 다른 집 곤냥마마님을 부러워 하기 보다는 우리 곤냥마마님들의 장점을 생각하면서 살면 된다.
단점은 물론 있지만...
장점이 단점보다 많기때문에 다 커버가 된다. (그래도 울 곤냥마마님들이 최고~~)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고양이들이 자신의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그림 동화 한 편이 실려 있다. 자신의 죽음을 하루 일찍 알게 된 어느 고양이의 이야기인데, 난 그 동화를 읽으며 결국 울어 버렸다.

동물과 함께 살다보면 언젠가는 이별이 찾아 온다. 동물의 수명이 사람의 수명보다 짧은 이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나도 가슴 아픈 건 사실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고양이의 입장에 쓴 이 동화는 올 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우리 가을이를 떠올리게 했다.

이제껏 내 품을 떠나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 동물은 두마리이다. 나머지 일곱 녀석은 아직도 팔팔하지만...
한 녀석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한 녀석은 18세라는 초장수를 누리며 떠나기 전날 밤까지 식사를 깨끗이 비운 녀석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사람들은 누구다 다 "좀더 사랑해 줄걸. 좀더 예뻐해 줄걸..." 이라는 자책을 하면서 울게 되는데, 이 동화는 그런 반려인의 마음을 다 아는 듯한 고양이의 행동에 너무도 가슴 아팠다. 그래서 결국 울음이 터져버린 것이다.

고양이에 관한 상식, 전문 용어, 그리고 저자와 고양이들의 수상한 동거와 고양이에 관한 동화까지,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웃다가 결국 울었다. 까도 까도 늘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양파같은 고양이처럼 이 책도 펼치고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이야기가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 나온다.

<똥고양이의 수상한 방>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너무나도 유쾌한 책, 그리고 공감 100배를 하게 되는 책이자, 고양이를 싫어한다거나 무서워 한다거나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보면 고양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직접 책을 읽어 봐야 더 공감가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니, 나머지는 직접 읽으시길....



덧> 책을 읽다가 오자를 하나 발견했다.
앞부분의 저자님의 고양이 소개 부분 홍단이 편

 홍단이 기분전화하는 날 → 홍단이 기분전환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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