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혹은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로 불리는 뱀파이어 시리즈의 제일 첫 권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고 유쾌하다. 사실상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읽으면 즐겁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보통 인간, 텔레파시 능력자, 변신 인간등 꽤나 흥미로운 존재들이 등장한다.
뱀파이어는 고전적 뱀파이어답게 은과 마늘을 싫어하고, 밤에만 돌아다니지만 인공 합성 혈액을 섭취하거나 뱀파이어 봉사자들에게 혈액을 제공받으면서 살아 간다. 즉, 여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은 존재이다. 요게 고전적 뱀파이어와는 조금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법적으로 인정 받은 죽은 자들이라...
무척 흥미로운 설정이다. 햇빛에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존재들인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공존의 삶은 자못 흥미롭다.

게다가 인간도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인 수키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인간도 있고, 수키가 일하는 바의 주인인 샘처럼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인간도 있다.

수키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능력때문에 늘 마음 속에 벽을 쌓고 사람들과의 경계선을 긋고 산다. 그러던 중 뱀파이어 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랑 이야기만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면 정말 별볼일 없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로맨스 이외에도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뱀파이어 사이의 세력 다툼이나 가족 간의 문제 등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고 로맨스, 미스터리, SF등 여러 장르를 혼합시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혹 가다가 한번씩 빵하고 터지게 만드는 유머도 갖추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남부 뱀파이어...
왠지 남부라고 하면 남부 사투리를 쓰는 뱀파이어가 연상된다.
(나에게 미국 남부는 노예 제도와 목화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도)

게다가 '빌'이라는 이름은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빌이라니.....  뱀파이어 이름이 말이지....
사실 뱀파이어는 오랜 기간동안 우리들에게 선망과 두려움의 대상인 존재였다. (물론, 가상의 존재라도)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산산히 조각낸 그 이름, 빌.. 차라리 애칭 빌이 아닌 윌리엄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남부 뱀파이어란 독특한 설정을 보면 빌이란 이름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게다가 빌이 입고 있는 티셔츠 - 우리는 뱀파이어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에 긴 망토를 입을 거라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 -에 쓰여진 문구는 완전히 나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Grateful dead = 감사함을 아는 사자(死者)
뱀파이어는 어쨌든 이미 죽은 자이니까.

또한 수키가 빌이 묵고 있는 호텔에 전화을 하니 <집 밖의 아늑한 관>이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 나는 또 한번 크게 웃었다. 투숙객 빌을 찾자 송곳니이냐 인간이냐고 묻는 말에도 역시 난 큭큭대고 웃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 그런 독특한 표현에 웃지 않으려야 안 웃을 재간이 없다. 

인간처럼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음모도 꾸미고 배신도 하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와 수키와 빌의 달콤살벌한 로맨스, 변신 인간의 등장 게다가 연쇄 살인범까지...
정말 쉴새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이외에도 감정의 교류 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대인들, 가족간의 유대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문제라든지, 아동 성추행과 관련된 사회문제도 크게 대두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언급되고 있다.

인간과 공존하며 주류가 되고 싶어하는 뱀파이어 빌과 수키의 사랑이야기는 알콩달콩 넘 귀엽고 사랑스럽다. 수키의 나이가 이십대 중반, 빌은 서른이니 유치하지 않는 사랑이야기도 참 즐겁다. 특히 빌이 수키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머리도 땋아주는 모습은 왠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여러가지 요소와 여러가지 장르가 혼합되어 있지만, 나름대로의 위치를 잘 잡고 있어 전혀 난삽하지 않으며 오히려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미국에서는 벌써 일곱권이나 나왔다는데, 인기가 있는 이유를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벌써 다음권이 읽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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